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세계 친환경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포함해 현대차와 기아가 출시한 전기차 전용 모델(아이오닉5·GV60·EV6)의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글로벌 판매량은 9만6000여 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만에 5만 대를 추가로 판매했다는 점에서 급격한 성장성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올해 1월에는 현대차의 첫 전기자동차인 ‘아이오닉5’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Auto Bild)’가 선정한 ‘최고의 수입차’ 전기차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형 세단 ‘아이오닉6’를 출시할 예정이며, 이를 기반으로 전용 전기차 모델을 11종까지 늘려 나가겠다고 선언해 전방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로 사업을 전환했다면 2차 전지는 전기차가 산업 확장의 핵심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유지 및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지난달 공모 절차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에 참여해 6주 청약을 받았었는데, 이 기업에 여유 자금 전체를 투입했던 이유는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탑재 배터리 사용량 상위 6개 기업 중 50%가 국내 플레이어였다. 글로벌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마련한 투자금 대부분을 증설을 위해 활용할 계획으로, 북미 지역에 2024년까지 5조60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2021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순위를 5위로 끌어올렸으며,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헝가리와 중국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전 세계적인 밸류체인을 만들어 나가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렇듯 모빌리티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의 경우 정부 정책과 발맞춘 시장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전기차 충전 시장을 살펴 보면, 올해 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일부 개정안 시행과 함께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법안에 따라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면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 이상에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 설치해야 하는데, 아파트, 거주지 등에서 충전하는 완속 충전 시장이 대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정부는 민간과 협력해 2025년까지 50만기의 완속 충전기 설치를 추진 중이다. 아파트 등 거주 시설 중심 완속 충전 사업이 가속화되면 전기차 사용을 위한 인프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는 파워큐브, 에버온 등이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렌터카 업계는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K-EV100)’ 정책과 함께 사업 변화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작년 9월 환경부가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을 추진하고,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이 친환경 차량 전환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차량을 빌려주며 사업을 영위하는 렌터카 업계는 핵심 자산인 차량을 전부 친환경 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내 렌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SK렌터카는 2030년까지 보유 차량 전체를 친환경 차량으로 변경한다는 청사진을 밝혔으며, 2025년까지 7200평 규모의 제주지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빌려 경험하며 필자가 느낀 점은 단기 렌터카 차량 경험이 새로운 모빌리티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느낀 긍정적 반응은 그 어떤 간접 경험보다 구매 단계에서 영향력이 강할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모빌리티 업계의 치열한 노력 덕분인지 국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도 증가했다. 지난달 16일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1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1월 국내에서 총 2738대의 전기차가 판매됐으며,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배 증가한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5~10년 뒤 친환경 자동차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전기요금이 인상될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앞으로 녹색 옷으로 빠르게 갈아입는 모빌리티 기업들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이 벌써 눈에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