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2월 14일 저녁,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구글의 주요 서비스가 50여 분간 멈춰섰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부터 구글 ‘지메일’과 문서 서비스 구글독스, 구글 클라우드 등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당시 해외에서는 구글 화상회의 서비스를 사용하던 학교의 수업이 중단됐고, 구글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하던 가정집은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일상이 멈춰섰다.
한국에서도 유튜브가 1시간께 멈추면서 광고주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시청자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15개월이 지났다. 비슷한 장애가 또다시 발생하면 우리의 일상도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 세계 OS 시장 점유율 1위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차지했다.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70.9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애플의 iOS가 28.27%로 2위에 올랐다. 삼성은 0.43%, 홍콩 기업이 배포하는 kaiOS는 0.17% 등으로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안드로이드 OS를 가진 구글과 아이폰 OS(iOS)를 가진 애플은 모바일 시장에서 갖는 압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는 ‘록인(Lock-in)’ 효과를 통해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록인 효과란 서비스를 촘촘히 연결해 기존 이용자가 기업의 기술 생태계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모바일 앱 마켓부터 웹 브라우저까지, 검색·클라우드·메일 서비스, 나아가 쇼핑과 결제까지 로그인 한 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이용자의 생태계 종속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UX)이다. 익숙한 플랫폼을 당연하게 사용하게 되므로 한 번 익숙해지면 이용자는 빠져나갈 수가 없다”며 “플랫폼 기업은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지배력을 다른 서비스로 전이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산업계가 생태계에 종속될수록 빅테크 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기 어려워지는 점은 문제다.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갑자기 유료화하거나, 서비스 정책을 바꿔 제공하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16일(현지시각) 구글은 새로운 프라이버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웹·모바일(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이용자 정보 추적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앞서 애플도 적용한 정책으로, OS에 누적된 개인 이용자 데이터를 외부 앱 기업에 공유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맞춤형 광고’ 시장이 사실상 저물고, 이를 사업모델로 삼은 기업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세계 곳곳에서 ‘포털 주권’을 넘어 IT 주권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선봉에 선 국가가 ‘한국’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최근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장 합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나라도 이를 모델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