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24일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추경안을 의결했다. 1월 추경 편성은 한국전쟁 상황이었던 1951년 이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예산이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정부안보다 2∼3배 늘어난 대규모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35조 원, 국민의힘은 45조 원을 거론한다.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더 퍼주겠다며 머니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설득력 있는 재원대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차기 정부에 미루는 무책임이다.
민주당은 지출구조 조정과 초과세수분으로 재원조달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14조 원 추경안에는 11조3000억 원 규모의 국채발행이 포함됐다. 지난해 초과세수는 4월 결산 이전에 쓸 수 없다. 국민의힘은 올해 본예산 608조 원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삭감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막대한 지출 팽창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국채발행으로 빚을 내야 하고 이는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가채무는 올해 본예산으로 1064조4000억 원, 이번 추경안 기준에서는 1075조7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1%에 이른다. 재정은 이미 엄청난 규모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건전성이 악화일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가 2020년 112조 원, 작년 126조 원, 올해 1차 추경 기준 108조2000억 원 등 3년 연속 100조 원대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중앙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고,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준다.
문제는 대규모 추경 편성으로 정부가 계속 돈을 퍼부으면서 물가와 시장금리를 치솟게 만들고, 결국 재정효과도 무력화되면서 경제를 더 가라앉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조기 긴축 기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채권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파르다. 소상공인들이 추경으로 지원을 받는다 해도 피해보상에 턱없이 모자라고, 이자부담은 커져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조여봤자, 정부가 돈을 더 푸는 상황에 물가도 계속 오른다. 민간의 투자감소로 이어져 경제가 후퇴하는, 이른바 구축(驅逐)효과다.
반복된 추경으로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글로벌 인플레와 공급망 교란에 맞물린 물가 상승이 지속하면서 금리도 치솟는다. 코로나 피해계층 구제를 위해 또 추경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나랏빚만 늘리면서 재정투입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경제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정치권의 돈 퍼주기 경쟁은 국민의 고통만 더 키우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