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의 기술 진보가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만큼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고 선분배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패러다임 변화: 디지털 경제의 성장, 금융, 일자리 및 불평등'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보고서는 기술 진보가 생산성, 금융, 노동시장 및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정책 전반에 대한 함의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공동연구진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술 진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소득 불평등 심화로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기술 반감이 재현될 것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기술 진보가 상품 시장에서 경제력 집중과 경쟁 저하를 통해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 기술 확산 저해 등을 일으켰다고 봤고, 그 배경으로 경쟁 정책의 실패를 지목했다. 특히, 데이터 및 디지털 경제 분야의 경쟁 정책 적응 실패가 해당 부문의 경쟁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 시장에서는 자동화와 디지털 혁신이 반복직무 노동의 수요를 대체하면서 노동소득 불평등이 심화했고, 생산성에 비해 저조한 임금 증가가 노동소득 분배율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기술혁신의 민주화'를 위해선 기존 재분배 정책을 강화하고 선분배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방향을 도출했다. 기술혁신의 민주화는 기술 혁신이 더욱 넓은 영역에서 생산성 및 분배 향상, 임금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경쟁 정책 △기술 확산을 위한 혁신 생태계 구축 △디지털 인프라 확충 △기술진보에 발맞춘 교육·훈련 △노동시장 정책 및 사회보장 시스템 개편 등 영역별 정책 시사점을 제시했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 정책으로는 엄격한 반독점법 시행과 사적 데이터 사용 규제, 반독점 플랫폼 감독, 초대형 IT 기업 독점 심사, 그리고 디지털 시장 규율을 위한 새로운 감독기구 설립 등을 제안했다.
기술확산을 위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특허법 개정, 기술진보 방향성 개선, 혁신금융 확대, 민간 연구·개발(R&D) 촉진 인센티브 강화, 정부지원 연구사업 성과배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디지털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는 초고속인터넷, 모바일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한 디지털 격차의 축소를 제안했고, 기술진보에 발맞춰 혁신기술 보완적 노동 양성, 저소득층 고숙련 교육 및 훈련 기회 확대, 그리고 업스킬(직무향상교육)⋅리스킬(재교육)⋅평생교육을 강화할 것을 조언했다. 노동시장 정책 및 사회보장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선 고용보호에서 이직지원으로의 정책전환, 일자리 이동성 개선 등도 언급했다.
이번 보고서는 ‘새로운 성장 어젠다’를 주제로 KDI와 브루킹스 연구소가 2018년부터 4년여간 수행한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성과물이다. 두 기관은 향후에도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융복합 연구와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