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입주계약 해지도 수용할 것"
피해자 가족 "사퇴 아닌 처벌을"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실종자 수색과 입주민 지원 대책 등 사고수습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도 불신의 골이 깊다. 실종자 찾기가 우선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한 대책 요구를 늦추기로 했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이렇다 할 주거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 피해자 가족 협의회 측은 17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하자 구조와 수색 작업에서 현산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실종자 가족도 입주 예정자들도 현산에 대한 불신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입주 일정은 11일 붕괴 사고로 인해 무기한 연기됐다. 이 단지는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 총 847가구 규모로 올해 11월 준공 예정이었다.
광주시는 광주지역 내 HDC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축·건설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건축·건설 현장 사고방지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이용섭 시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아 광주 시내 현장을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아직 이번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사고가 난 동 전체를 전부 철거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사 과정에서 지하층 벽면과 기둥 곳곳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철근이 드러나는 등 공사 초기부터 부실공사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2개월 후 사고원인 등 조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로써는 201동 전체를 철거하는 방안, 단지 전체를 전면 철거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사고 원인은 안전 불감증, 무리한 공기, 부실시공 등 모두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며 "사실 관계가 밝혀지면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붕괴사고 뒤 화정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 ‘철저히 안전하게 다시 지어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본인을 입주예정자라고 밝힌 A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HDC현산의 대형로펌 선임을 비판하고 전면 철거하라는 글을 올렸다.
A 씨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기존에 살던 집을 미리 처분하고 어린아이들과 월세살이 중이었다”며 “입주예정자들에게 기다려달라는 일언반구의 사과조차도, 입장문조차도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현산은 필요하다면 완전철거 후 재시공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안전점검 후 문제가 있다면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완전철거 후 재시공도 고려하겠다"며 "화정 아이파크를 광주의 랜드마크 아파트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죄방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입주 지연이 불 보듯 뻔한 실정이지만 관할지자체인 광주시와 서구청에서는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현재 실종자 구조를 최우선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사고와 관련된 보상내용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현산의 대처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사과를 할 거면 사고 현장에 와서 이야기해야지 고개를 몇 번 숙이는 건 쇼에 불과하다”며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