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을 맞은 딸기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한 A씨. 딸기 가격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작년에는 1만 원도 안되는 가격에 딸기 1팩을 샀던 것 같은데 올해는 1만 원을 훌쩍 넘겼다. 프리미엄 딸기는 1만 원은 커녕 2만 원은 줘야 맛이라도 볼 수 있다.
#직장인 B씨는 매일 점심 식사후 커피를 마시는게 습관이다. 나른한 오후를 견디게 해주는 커피 한 잔은 B씨에게 작은 행복이다. 그런데 시나브로 오르기 시작한 커피가격은 어느새 밥값도 위협할 수준이다.
피부로 쉽게 체감하기 힘들었던 기후변화를 체감하게 됐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온과 강수량이 급변하면서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변화하자 우리 일상생활 속 먹거리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최근 겨울에 제철을 맞는 딸기 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6일 기준 딸기 상품 등급 100g 소매가격은 평균 2602원이다. 평년 (1527원)보다 70.5%, 1년 전(1681원) 대비 54.8% 오른 값이다.
올겨울 딸기 가격이 높게 뛴 이유는 이상기후 때문이다. 딸기는 더위와 습기에 취약한데, 지난해 늦장마와 고온현상 등으로 4월 중순부터 육묘장에서 키워지는 딸기 모종이 대거 고사했다. 딸기 주요 산지 중 하나인 담양농협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설 딸기 재배 면적의 40% 이상이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로 인해 탄저병과 위황병, 흰가루병, 온실가루이 등 병충해도 많이 발생했다.
겨울철에는 한파가 불어 닥쳐 딸기 성장 속도도 더뎌졌다. 이 때문에 딸기 농가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커피값도 올라간다. 커피전문점 업계 점유율 1위 스타벅스코리아는 13일부터 스타벅스에서 판매 중인 음료 대부분을 100~400원씩 인상한다. 업계 1위 프랜차이즈가 가격 인상을 나섬에 따라 다른 커피 전문점들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다. 동서식품도 14일부터 맥심 오리지날△모카골드△카누△티오피 출고가를 평균 7.3% 인상한다.
커피 음료 가격 상승의 원인은 국제 커피 가격 급등이다. 세계 원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의 국제 가격은 2020년 1파운드당 113센트에서 2021년 12월 230센트까지 103.5%가량 올랐다.
아라비카 원둣값을 끌어올린 것 역시 이상기후다. 아라비카 원두 등 커피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이 지난해 초 극심한 가뭄과 함께 7월 한파로 인해 평년기온(12~22도)보다 훨씬 낮은 영하권 날씨와 폭설 피해가 겹쳐 커피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딸기나 커피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장에 문제가 생기거나, 병충해 피해가 늘어나는 등 농작물 재배나 수확량에 큰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사과·배 농가는 최근들어 화상병이 번져 그루째로 매몰하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봄에는 냉해와 우박 등으로 인해 수확량도 줄었다. 2020년 기록적인 장마로 배(47.0%)를 비롯해 사과(54.3%), 복숭아(43.8%), 감(22%)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바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2020년 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 수준이 유지되면 2100년까지 벼 수확량은 25%, 고추 수확량은 89% 감소하고, 옥수수 수확량은 10~20%, 감자 수확량은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적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먹거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어도어 C. 듀머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 교수는 지난해 저서 ‘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를 출간했다. 듀머스 교수는 해당 저서를 통해 사과, 아보카도, 바나나, 보리, 체리, 병아리콩, 초콜릿, 커피, 생선, 꿀, 땅콩, 감자, 포도 등 총 13가지 식품을 예로 들어 기후변화가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