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왓슨 와이어트 글로벌 퇴직연금 연구(2009 Global Pension Study)에 따르면 2008년 발생한 신용위기로 글로벌 퇴직연금시장이 큰 타격을 입어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자산 규모가 25조 달러에서 20조 달러로 1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채가 증가하는 동안 오히려 자산은 29% 감소했다. 도입초기에 있는 우리 나라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현재 6.6조원에 불과하고, 원리금보장자산 위주로 자산이 배분돼 있어 이번 위기를 비껴간 것처럼 보인다. 2010년 퇴직연금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그 성장속도가 무척 빠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온통 퇴직연금 규모의 성장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양적 성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 성장이다. 말 그대로 퇴직연금은 "퇴직"자금이기 때문이다.
#본문
정 수석은 퇴직연금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 자산배분 전략, 부채대비 자산비중 관리, 거버넌스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했다.
◆전략적 자산배분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왓슨 와이어트가 퇴직연금 규모가 가장 큰 7개국을 대상으로 자산배분을 조사한 결과 1998년 주식비중이 60%를 기록한 이후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주식비중은 51%에서 42%로 감소한 반면 채권 비중은 36%에서 40%로 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헷지펀드, 사모펀드, 그리고 상품과 같은 대체투자 비중은 12%에서 17%로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퇴직연금들은 전략적 자산배분에 대한 선택이 매우 어려워졌다. 퇴직연금들은 연금채무 지급능력에 대한 문제로 인해 이미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렸거나 이와 같은 자산배분 전략을 준비하고 시장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왓슨 와이어트 글로벌 투자컨설팅 정승혜 수석 컨설턴트는 “퇴직연금들이 주식 비중을 재조정하면서 주식에 과도하게 자산이 배분 돼 있던 현상은 사라졌지만 체계적으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고려 없이 비중 재조정이 급박하게 진행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한 “퇴직연금들은 위험 자산 재배분이라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어떤 길을 선택하던, 그들은 부채대비 자산규모를 맞추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반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전체를 놓고 보면 예적금, 국공채, 금리형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자산이 80% 를 차지한다. 정승혜 수석은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보수 성향이 강해 글로벌 퇴직연금들과 달리 원리금 보장자산 비중이 높다.
그러나 노후보장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입자의 연령 및 재무상태에 따라 적절한 자산배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채대비 자산비중이 줄고 있다
퇴직연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퇴직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산과 부채 비율로 그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글로벌 퇴직연금들의 부채가 78.2% 증가하는 동안 자산은 고작13.6% 밖에 늘지 않았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부채대비 자산규모는 2001년부터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즉, 이미 금융위기 전부터 자산 증가율이 부채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해왔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보다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
정승혜 수석컨설턴트는 “퇴직연금은 자산 부분보다는 부채, 즉 퇴직자들에게 지급돼야 하는 지급여력이 중요하다. 퇴직급여가 이미 정해져 있는 DB형(확정급여형)을 선택한 경우에는 기업이 퇴직금의 ALM, 즉 자산-부채 관리를 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반면, 부담금이 정해져 있는 DC형(확정기여형)에서는 퇴직연금 운용주체인 근로자의 투자 결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좌우된다.
때문에 지나치게 위험자산에 노출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지나치게 위험회피를 하게 되면 충분한 퇴직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종업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종업원들에게 투자 전문가의 자문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버넌스 차이가 커지고 있다
보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 퇴직연금 투자결정은 투자위험 증가, 규제 및 투자환경 변화로 새로운 위험에 끊임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것은 퇴직연금을 시행하는 기업이 투자의사 결정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전문성, 즉 거버넌스(Governance)에 비해서 투자 환경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버넌스 차이(Governance Gap)가 커지면 커질수록 투자 결과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퇴직연금이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거버넌스를 점검하는 것이다.
로저 어윈은 “이러한 논쟁은 거버넌스 구조와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국 정부는 퇴직연금 자산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주시해야만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퇴직연금들은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거버넌스가 위기극복을 위한 핵심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GDP규모가 세계 10위 정도인데 반해 국내 퇴직연금 규모는 현재 GDP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것은 왓슨와이어트 조사대상11개국 평균치인 61%와 비교도 안 되는 작은 규모다.
우리 나라와 GDP규모가 비슷한 네덜란드의 경우 퇴직연금 이 GDP의 95%나 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GDP의 56%를 차지한다. 이것은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위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힘써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저 어윈은 “고령화 위기 시대에 처한 각 국가들은 그들의 경제 규모에 적합한 퇴직연금 자산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적 성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퇴직연금 성패를 좌우할 질적 성장은 제도적으로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왓슨 와이어트 월드와이드 (Watson Wyatt Worldwide)-왓슨 와이어트는 130 여년 동안 인사조직 및 금융(퇴직연금·보험·투자 등) 부문 컨설팅에 있어서 전세계 유수한기업들의 신뢰받는 파트너로 성장해왔다. 2000년에 글로벌 컨설팅 업계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었으며, 현재 세계 약 32개국에서 7700여명의컨설턴트가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