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돌파의 힘을 기른 오미크론에 의해 사회가 집단 면역을 획득한다는 시나리오도 맥없이 무너졌다. 감염 확대를 조심하면서 경제와 사회 활동을 코로나 발생 전으로 되돌리는 ‘위드 코로나’의 방책은 궤도 수정을 재촉당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2021년을 돌이켜보면 글로벌 비즈니스계는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대립, 탈탄소 대응에 휘말렸다. 2022년은 이들이 배태한 새로운 현실(뉴 노멀)에 적응하는 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시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시해야 할 첫 번째 사항으로 인플레이션과 그 영향을 꼽았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는 개인소비의 회복이 주요인이지만, 뉴 노멀인 공급망 재편과 그린 인플레이션이 배경으로 잠복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대에 이르자 올 3월에는 금융 완화를 종료하고 연중 3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가속화해 개도국에 수입 인플레와 자금 유출, 불가피한 대응 금리 인상을 촉발시킨다. 두 번째 사항은 중국의 성장 둔화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가져오는 개인 소비의 감소, 부동산 대기업의 경영 불안, 전력 부족이 그 요인이다. 서방국가들이 실행한 중국에 대한 기술이전 규제와 2013년부터의 생산연령 인구 감소도 한몫했을 것이다. 2022년 성장률은 공산당 대회가 개최되는 해임에도 5% 초반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세 번째 사항으로 우주를 꼽았다. 2021년은 우주 벤처기업들이 다투어 민간인을 우주로 보냈다. 대표 격인 일론 머스크 테슬러 회장은 미국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우주 통신망 패권 경쟁과 함께 우주 비즈니스는 올해의 가장 눈을 뗄 수 없는 분야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물가가 우려할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 도상에서 원재료·부품의 조달부터 제품 판매까지의 공급망이 막혀 물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해지는 미·중 양국의 경제 전쟁도 무역을 방해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업들이 값싼 제품을 찾아 조달처를 온 세상으로 펼치는 글로벌 전략은 이제 재검토를 해야 하는 ‘역사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유럽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을 떠나 조달처를 자국이나 인근 국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는 세계적으로 기업 비용의 상승 원인이 된다. 국제 공급망의 탈중국의존을 추진하는 미국의 외교 전략은 인플레이션에 박차를 가하며 역으로 바이든 정부를 흔들고 있다. 올 가을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고가 큰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유가의 억제를 노려 일본 등과 석유의 국가 비축에 대해 협조 방출을 내세웠지만 효과는 한정적이다.
주요국들은 변이 코로나와 미·중 마찰이라고 하는 공통의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거액의 재정 지출을 꺼리지 않는 자세를 보이지만 이는 인플레를 더욱 가속화하며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는 한국의 정부가 바뀌는 해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코로나19 대책과 함께 인플레이션과 ‘경제안전 보장’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물가안정과 함께 산업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해 우리 경제의 자율성과 기술적 우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안보 전략 속에 경제안보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중국과는 앞으로 어떻게 마주볼 것인가.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이렇게 움직였으니까 우리는 어떻게 한다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경제안보에 관한 기본적인 전략을 전향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