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무더기로 나온 한국영화들이 하향 평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떡잎부터 알아볼 될 성 부른 국산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샌가 인기 장르가 된 스릴러로 편중된 현상도 나타난다.
영화 ‘마린보이’, ‘작전’이 시간차로 개봉했다. 곧 ‘핸드폰’도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수중 액션 범죄 스릴러, 금융 범죄 스릴러, 일상 생활 스릴러 등 모두 스릴러 카테고리로 묶인다. 2008년 상반기 흥행작 ‘추격자’를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추격자’의 스릴에 근접한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독특한 소재로 한껏 관심을 유도했지만 실망스러운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스릴러의 묘미인 반전을 모든 영화들이 차용했지만, 충격적인 결과를 도출한 작품은 한마디로 ‘없다’.
‘마린보이’는 개봉 첫째주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묵은 한국영화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나온 신작 ‘마린보이’는 1등으로 점프했다. 수중 해양 액션신을 거창하게 광고한 예고편 덕에 기대감이 충만한 상태였다. 하지만 1위를 오래 지키진 못할 전망이다.
‘추격자’를 만든 영화사 비단길의 야심작 ‘작전’도 개봉했다. 국내 영화 최초로 주식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여러모로 이슈를 끌어냈다. 미네르바 구속 관련 경제 이슈도 작전 홍보에 일조했다. 관람 등급에 대한 아전인수 홍보로 노이즈 마케팅이란 의심도 나왔다.
관람평은 엇갈린다. 잘 짜인 스릴러라는 평가도 있지만, 긴장감이 없고 난해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되는 주식 작전의 한계다. 고도의 두뇌 게임이나 폭탄, 폭격 등에 익숙한 관객들의 기대치에 못미친다. 오르락 내리락 주가 차트를 보여주며 긴박한 상황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마지막 기대작 ‘핸드폰’ 역시 크게 다르진 않다.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핸드폰을 분실하면서 벌어지는 극단적 상황은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스릴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2시간 넘게 벌어지는 두 남자의 사투에는 지루한 구석도 있다.
5일 개봉한 주지훈, 신민아, 김태우 주연의 영화 ‘키친’은 9위라는 참담한 스타트를 끊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