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기업의 올해 연간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업황 부진과 원자재 가격 폭등ㆍ반도체 부족ㆍ물류 대란 등 갖가지 악재가 쏟아졌다. 하지만 주요 기업은 한발 앞선 시장예측과 발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기업은 업종별로 4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실적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일부 기업은 이미 3분기 누적 실적만으로도 지난해 전체 실적으로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주요 기업의 연간 실적을 예측하면서 '사상 최대'를 자신 있게 점쳤다.
호실적을 낸 기업 대부분 ‘업&다운 사이클’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극복하면서 기대 이상의 이익을 거뒀다.
먼저 반도체 업계에선 D램 가격이 내림세에 접어드는 ‘다운사이클’을 효율적으로 극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시작한 반도체 수요가 제품의 개발주기(라이프 사이클)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덕분에 D램 가격 하락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고, 서버와 PC 반도체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덕분에 단가 인하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공교롭게도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 출시 시점이 2019~2021년 사이에 집중됐다. 이른바 '신차 슈퍼 사이클’이다.
산업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잇달아 신차를 쏟아낸 덕에 시장 점유율은 개선됐다. 미국은 10년 만에, 유럽은 3년 만에 두 자릿수 점유율을 점치고 있다.
특히 기아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3조8906억 원)이 이미 작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선 상태다.
정유ㆍ화학사 역시 지난해 기저효과에 더해 제품 수요가 회복되면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4분기부터 강세 국면에 진입한 정제이윤은 제한적인 공급 상황 때문에 앞으로도 이윤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역시 하반기 들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예측 중이다. 포스코 창사 이래 처음으로 9조 원대 연간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역시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여전히 물류와 공급망 부족 등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깜짝 실적을 전망하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먼저 시장의 단기 수요와 공급 추이가 반복되는 '업&다운 사이클링'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주요 기업이 산업 수요와 시장 변화를 적확하게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국내 주요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으며 호실적을 낸 적이 있다”라고 돌아보며 “다만 당시는 반사이익이었지만 올해 실적은 기업의 체질 개선과 기술 기반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