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립했다. 내 한몸 건사할 뿐인데 돈이 ‘숨 쉬듯’ 나간다. 당장 물 마시는 것부터가 돈이다. 1인 가구는 뭐든 쉽고 간편해야 한다. 분리배출 쉽고 쓰레기 덜 나오는 무라벨 생수를 찾는 이유다. 그런데 마트, 편의점에서 낱개로 파는 생수 상품을 찾기 힘들었다. 왜일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생수, RTD커피 등 무라벨 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부 표기법 규제 탓에 제품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라벨 생수가 대체로 '묶음'으로 비치되는 사연은 이렇다. 생수는 ‘먹는 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에 따라 제품명, 수원지 등 제품 정보를 표기해야 한다. 그런데 라벨이 없으면 병뚜껑 등 협소한 공간에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탓에 여러 개를 묶어 포장재로 한 번 더 감싸 포장 겉면에 정보를 표시한다. 친환경에 발맞춰 무라벨 생수를 만들었지만, 또 한번 비닐을 사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생수 용기의 자원순환 촉진을 위해 라벨이 붙어 있지 않은 생수병과 몸체 대신 마개에 라벨을 부착한 먹는 샘물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아 관련 제도 개정안을 공표했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겪는 애로사항은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낱개 병에도 여러 표기사항을 해야 하는 탓에 묶음 단위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생수뿐 아니라 주스, 커피 등 다른 음료에도 무라벨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취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는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식품표기를 점점 간단하게 하는 추세"라면서 "유통기한 등 소비자가 알아야만 하는 필수정보를 제외하고 표기를 간소화하고 나머지는 QR코드 활용 등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제언했다.
식약처는 내년에는 QR코드로 식품 표시를 제공하는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 연구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찐환경'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