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2015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산업 인수에 계열사를 이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산은은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이었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조용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회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공판에서 KDB산업은행이 금호터미널을 '수신자'로, 박 전 회장과 아들 세창 씨(현 금호건설 사장)에게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해당 공문에는 ‘금호고속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이용하거나 계열사로 하여금 이를 이용하는 행위도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금호고속 재매각으로 인해 금호터미널이 수령하는 매각대금이 계열주의 금호산업 인수거래와 관련해 이용될 수 없다’고 적혀있다.
검찰은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전략경영실 임원 A 씨에게 “계열사 인수를 위해 3300억 원이 사용된 것을 인지했다면 과연 산은이 금호산업 인수를 허용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A 씨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회복을 위해 현금성자산이 많은 금호터미널을 인수합병하려 했고, 전략경영실은 2015년 실행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확보는 금호터미널 인수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근거로 2015년 NH투자증권이 작성한 투자구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은 2015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인수 과정에서 NH투자증권으로부터 3300억 원을 빌린 바 있다.
보고서에는 금호기업이 지분 100%의 자회사를 설립한 후 자금을 차입하고 금호터미널을 인수‧합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보고서 중 ‘아시아나항공의 악화한 재무상태 등으로 금호터미널 매각 명분을 확보한다’는 부분에 집중했다. 박 전 회장이 금호터미널 인수 추진을 정당화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A 씨에게 해당 보고서에 관해 물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A 씨는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전략경영실은 계열사의 사업 방향 등을 지원하는 역할만 할 뿐 고유 사업에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변호인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고 그룹이 해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냐는 취지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금호그룹 계열사 4곳에서 3300억 원을 끌어와 지주사인 금호산업 지분 인수 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 원으로 저가 매각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