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 중 62.7%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회사 및 사각지대 회사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체제 안 계열사와 체제 밖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 중 하이트진로의 경우 해외계열회사를 통한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 지주회사의 소유 ·출자 현황 및 수익구조 분석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이번 분석은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27개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ㆍ이하 전환집단)을 대상으로 했다.
우선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회사는 225개로 이중 절반 이상인 141개(62.7%)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96개) 및 사각지대 회사(45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상장사 기준)는 총수 일가 소유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 규제를 받지 않은 사각지대 회사(상장사 기준)는 총수 일가 소유 지분이 20~29%인 회사를 말한다. 96개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 중 14곳은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8곳은 총수 2세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체제 밖 회사의 계열사 간 상품ㆍ용역 등 내부거래 비중(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11.4%로 전년보다 2.7%포인트(P) 늘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를 비춰볼 때 편법승계나 부당한 부의 이전 등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체제 안팎에서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32개)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은 50.1%에 달했다. 이는 일반 대기업 집단 대표회사(27곳)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38%)보다 높은 것이다. 총수 일가가 지배책임 없이 지주체제를 이용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전환집단 소속 해외계열사의 국내계열사 출자 현황을 보면 35개 해외계열사가 국내 계열사 30곳에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가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SK・LG(각 4개), 코오롱・동원(각 3개), 두산(2개), CJ·하이트진로·한진(각 1개) 순이었다.
이중 하이트진로에서 해외계열회사를 통한 순환출자 고리 2건이 발견됐다. 전환집단에서 계열사 문어발 확장, 계열사 부실 전이를 동반하는 순환출자 고리가 확인됐다는 것은 수직적 출자로 지배구조를 단순·투명화하는 지주회사 체제 취지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이 아닌 2008년도에 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행법상 해외 계열사는 지주체제 밖에 있어 해외 계열사의 국내 계열사 출자가 법 위반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제 회피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가능성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수익구조를 보면 매출액 중 부동산임대료, 브랜드 수수료 등 배당 외 수익 비중이 47.9%로 배당수익(44.6%)보다 높았다. 배당 외 수익 비중이 70%가 넘는 전환집단 지주회사는 부영, 반도홀딩스, 코오롱, CJ, HDC, 하림지주 등 6곳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