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출신 李, TK 표심 어필…보수계 70% 지지는 과거
"캐스팅보트 2030, 지역 충성도 낮아"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역대 대선 때마다 반복됐던 ‘지역주의’ 색채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특히 호남·TK(대구·경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줬던 호남 민심이 예전 같지 않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강세를 보이지만, 과거 대비 압도적인 몰표를 받고 있지 않다.
13일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의뢰)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P)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8.9%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18.3%보다 훨씬 앞섰다. 하지만, 윤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역대 보수계 후보의 한자릿수 대비 크게 개선된 수치로 전주보다도 1.5%P 상승했다. 앞서 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63%, 윤 후보는 11%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보수 텃밭인 TK 지역 역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보수계 후보에게 70%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줬던 패턴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이 후보의 대구·경북 지지율은 23.7%로 전주 대비 1.1%P 올랐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5.0%P 상승한 64.7%를 기록했지만, 과거와 같은 보수 후보 몰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후보의 경우 경북 안동 출신임을 내세우며 TK 민심에 더욱 호소하고 있다. 과거 ‘TK 보수 몰표’ 현상이 옅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대선을 지배해 온 지역주의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대선마다 영호남 지역이 70~90%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14, 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각각 민주당, 새정치국민회) 후보가 호남에서 92.4%, 94.7%의 지지를 받았다.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호남에서 93.4%,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TK 지역에서 75.6%의 표를 얻었다. 17대, 18대에서도 각각 양 지역 모두 70, 80%대의 몰표를 받았다. 하지만 19대 대선의 경우 이 같은 ‘몰표’ 현상이 다소 옅어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과거에는 지역주의 바람이 노골적으로 불었다면 지금은 구도가 그 정도는 아니다”며 “최근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젊은 층의 경우 지역에 대한 충성도가 어른들만큼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