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대란'에 외면받는 일반 중증환자…"백신 맞고 식물인간 된 엄마 나가야"

입력 2021-12-0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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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 85%…병상 대기자만 1000명 넘어

▲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섣부른 단계적 일상회복과 뒤늦은 백신 추가접종(3차 접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중증환자 급증과 병상 대란이라는 결과를 냈다.

9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8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78.8%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선 가동률이 85.0%에 달한다. 준중증환자 병상(전국 71.7%)과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전국 70.9%)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추가 확보한 병상도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는 위중·중증환자를 모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중증환자는 전날보다 17명 늘어 857명이 됐다.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한다는 건 사실상 병상이 고갈됐음을 의미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에 병상을 썼던 환자가 이송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병상 가동률 80%는 사실상 꽉 찼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서연주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도 “최근 경기도에서 격리병상을 찾지 못해 병원 40곳에 요청했다가 결국 41번째가 돼서야 전원된 사례가 있었다”며 “점차 중증도와 사망률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프라와 병상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병상 대란에 ‘빅5’로 불리는 5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준중증환자 병상 마련에 발 벗고 나섰지만, 이는 또 다른 역효과를 내고 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의식불명에 빠진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는 청원 글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그나마 중환자실에서는 응급처치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곳에서 나와야 한다”며 “하루라도 더 있고 싶지만, 정부의 병상 부족에 대한 발표와 맞물려 병원 규정상 더 이상 중환자실에 머물 수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위·중증환자 예측 실패를 인정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8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당초 정부가 중증화율 1.6% 정도를 가정해서 병상을 충원하고 확보해 놓았다”며 “중증화율이 당초 가정했던 1.6%보다는 다소 높이 2~2.5% 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빠르게 중환자실을 확충하고 있지만, 의료인력 상황 등 한계가 있어 1만 명 정도 이상(의 병상)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의료적 조정들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반 중증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증환자 자체를 줄이는 것뿐이다. 다만, 최근 확진자 발생 추이를 고려할 때 위·중증환자는 향후 1~2주간 지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102명으로 이틀 연속 7000명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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