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가 7일 단행한 ‘2022년 정기 사장단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쇄신’ 및 ‘미래준비’ 기능 강화다.
삼성전자는 현 3인 대표이사 경영진 체제를 2018년 3월 이후 3년여간 이어왔다. 최근까지도 반도체 부문 실적 호조, 폴더블 스마트폰과 비스포크 흥행을 이끈 주역들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부문별 수장을 유임시키며 안정 속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봤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가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런 전망을 뒤집고 전자 대표이사 3인을 교체한 이번 사장단 인사는 ‘뉴 삼성’을 향한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 들러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라고 삼성을 둘러싼 환경을 진단하기도 했다.
특히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등 신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50대 후반으로, 기존 60대 3인 체제에서 젊어진 것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서고,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회장·부회장·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
먼저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켜, 종합기술원을 이끌며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했다.
‘최첨단 기술혁신의 인큐베이터’로 불리는 종합기술원은 AI(인공지능),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첨단 소프트웨어 등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미래혁신 기술 개발을 총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종희 신임 부회장은 세트(CE/IM) 사업 전체를 이끌며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삼성전자의 ‘15년 연속 글로벌TV 시장 1위 수성’ 주역을 맡았던 한 부회장의 검증된 역량을 토대로 IM과 CE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12년 말부터 10년간 유지했던 DS·CE·IM 등 3개 부문 체제를 DS와 세트(CE·IM) 2개 부문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조직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폰과 TV·가전 간 연동이 강화되고 갤럭시Z플립3에 가전 디자인 체계인 ‘비스포크’가 도입된 것처럼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인 CE와 IM 부문 간에 이뤄지는 기술 융합에 더 속도를 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애초 재계에서 거론되던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은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 부활의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황인 데다 합병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사업지원TF 역할을 강화했다.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정 부회장 승진은 사업지원 TF 역할 중 특히 미래사업 발굴을 가속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뉴삼성’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승진에 대해 예상 밖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승진이 늦은 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장 승진 시점은 정현호 부회장이 2015년으로 한종희 부회장(2017년)보다 2년이 빠르지만, 부회장은 올해 동시에 됐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이번 인사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계속 부회장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 중인 데다 취업제한 논란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더 부회장 직함으로 그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