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특히,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 이상만 돼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로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했다(2015년 100 기준).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11월 물가 상승 요인으로는 석유류가 꼽힌다. 실제, 상승률 3.7% 중 석유류 기여도는 1.32%포인트(P)에 달했다. 개인서비스(0.96%P)와 농·축·수산물(0.64%P)의 기여도도 컸다. 국제 유가 상승 영향을 받는 석유류와 작황 부진에 따른 농·축·수산물, 재료비 상승에 따른 외식비 등 서비스 가격이 11월 물가 상승을 주도한 셈이다.
올 1월말 해도 0%대(0.6%)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1.1%) 1%대로 올라선데 이어, 4월(2.3%)부터 9월(2.5%)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었다. 이후 10월(3.2%)부터는 3%대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10월 말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2.2%로, 연간으로는 한은(2.3%)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4%)의 최근 전망치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치인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공개 직후 참고자료를 통해 "11월 물가상승률(3.7%)이 지난달 전망 당시 예상 수준을 웃돌았다"며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 수준(2.3%)을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올려잡았는데, 일주일 만에 추가로 상향 조정한 셈이다.
기재부와 한은 예상처럼 올해 물가가 2.3% 이상으로 오른다면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게 된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2년(2.2%) 2%대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특히 통계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였던 2019년 0.4%에 이어 2020년 0.5%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장기간 하락하는 소위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기도 했었다.
12월 물가가 1.7% 이상일 경우 연간 물가는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2.3%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3%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2.9%~4.0%) 연간 물가 2.4%가 현실화할 수 있겠다.
통계청과 기재부는 다음 달 물가 전망과 관련해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개인서비스도 방역체계 전환, 소비심리 회복으로 오름세 지속 가능성이 크다"며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는 12월 물가 상승 폭이 11월보다는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부총리는 "전 세계적 물가 오름세 속에 우리 물가 상승률은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12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유류세 인하 효과, 김장 조기 종료 등으로 상승 폭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기준년 개편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계청은 22일 소비자물가지수 기존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 하락 요인이었던 고등학교 납입금 등 무상교육 품목이 탈락하면서 상승 요인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번 개편에 추가·탈락하는 품목들이 작년과 비교해 얼마나 변동이 있었는지에 따라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확답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