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따라서 서울로 올라가려면 집을 옮겨야 하는데, 어떻게 그래요.”
대전광역시에 있는 우리카드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서연(52, 가명) 씨는 최근 회사가 인원을 정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카드가 계약을 맺은 대전 콜센터 하청업체 4곳 중 2곳에 올해 말 서울로 이전하자고 하면서다. 서울로 올라가는 하청업체들은 상담사들에게 짐을 싸든지, 우리카드가 아닌 동일 하청업체 내 다른 콜센터로 옮기라고 했다. 우리카드의 결정으로 퇴사하는 상담사는 약 70여 명이다.
서연 씨의 업무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론, 신용대출, 리볼빙 등을 권유하는 아웃바운드 콜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조이기로 고생한 팀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6% 내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관리에 나섰다. 심지어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이어 10월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아파트론과 신용대출 등을 일시 중단했다.
은행에서 대출이 막히자, 소비자들은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서연 씨도 덩달아 바빠졌다. 실제 올해 상반기 카드 대출 이용액은 56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조 원)과 비교해 5.8%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은 13.8%(3조5000억 원) 늘었다.
지난달 금융위가 2금융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규제를 강화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콜센터는 한 층 더 분주해졌다. 고객이 물으면 답을 해야 해 정부의 방안을 숙지해야 해서다. 당시 방안으로 2금융권의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인 DSR은 60%에서 50%로 내려갔다. 2금융권에서도 1금융권과 마찬가지로 대출의 문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서연 씨는 근래 몇 달간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그에 따른 은행권의 대출 축소 등으로 고객의 문의를 해결해왔으나 돌아온 건 회사의 퇴직 통보였다. 서연 씨는 “회사가 ‘서울로 같이 가자’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며 “이를 거절하면 ‘자진 퇴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퇴직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며 “잘리는 마당에 퇴직금까지 줄어드니 우리는 어디다 호소할 데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 관련해 하청업체 관계자는 “(상담사들에게) 대전 지역 내 다른 콜센터로 옮길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업무가 익숙해질 때까지 충분한 교육기간을 제공하고 3개월 간의 평가 유예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또 “실업급여 신청도 가능할 것이라고 안내해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콜센터의 빈 자리가 나면 상담사의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