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흔하게 쓰는 말이다. 물건을 들어 올리다가, 신발끈을 묶고 일어서다가, 방에 누워 있는데 초인종이 울려 갑자기 일어서다가, 심지어는 재채기를 하다가도 삐끗할 수 있다. 살짝 삐끗한 것 같은데, 도무지 낫지를 않고 한참 아프다. 병원에서는 ‘염좌’라는데, 간단한 진단명에 비해 너무 아프고 오래 가는 바람에 진단명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간혹 유혹을 못 이기고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MRI에서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허리가 삐끗하는 바람에 디스크가 생겼다고 받아들이시게 되지만,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디스크는 말 그대로 ‘발견’된 것일 뿐, 실제 허리 통증의 원인인 경우는 드물다. 디스크가 갑자기 생기려면 좀 더 큰 충격이 가해져야 하니까.(그냥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다는 걸 나타내는 지표 정도라고 받아들이자.)
얼마 전 배를 타고 바닷길을 갈 일이 있었다. 파도와 조류가 심했기 때문에, 작은 스피드보트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다에 처박히듯이 떨어지기가 반복되는 뱃길이었는데, 몇 번 배를 따라 몸이 솟구쳤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해 ‘이러다간 허리 나가겠는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코어 운동을 할 때를 떠올리며, 승마를 하는 것처럼 자세를 바꿨다.(승마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배가 공중으로 떠오를 때 말이 장애물을 넘기 위해 뛰어오른다 생각했고, 배가 바다로 떨어질 때 말이 장애물을 지나 땅으로 뛰어내린다고 생각했다. 보트가 바다로 내려올 때 마치 기수들이 하는 것처럼 등자를 딛은 듯 발과 허벅지에 스쿼트 자세마냥 힘을 주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허리에 가해질 충격을 줄여보았더니 자세는 뭔가 엉거주춤했지만 허리는 괜찮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허리가 뻐근하나 싶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허리는 완전히 멀쩡했다. 이것이 ‘코어를 잡는다’는 건데, 요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코어를 잘 잡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허리가 나가지 않으려면 평소 스쿼트, 데드리프트 같은 코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자세를 바꿀 때 코어에 집중하고, 재채기를 할 때도 코어를 잡고 하는 것이 좋다. 코어를 잡는다는 게 잘 그려지지 않으면 ‘복근을 조이듯이 힘을 준다’고 생각하면 좀 쉽다. 이것도 어렵다면 재채기를 할 때 테이블이나 벽을 짚자. 갑자기 코어가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