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째 논의"…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통합, 어디로?

입력 2021-11-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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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당국, 독과점 우려로 심사 지연…대한항공 "항공은 완전경쟁 시장…독과점 우려 없어"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논의가 공식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인 인수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국내외 경쟁 당국의 승인과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양사의 통합이 정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항공산업의 정상화를 끌어낼 방안이라 판단했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에서 지원받은 8000억 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하고,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논의가 본격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통합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외 경쟁 당국이 심의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1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양사의 결합이 독과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항공사 통합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심사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국제노선 총 143개 가운데 통합 시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한다. 인천에서 출발해 LA, 뉴욕, 시카고, 바르셀로나, 시드니 등으로 향하는 7개 노선은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외부 기관에 맡긴 상태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독과점 발생 노선과 슬롯을 줄이는 등의 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슬롯은 항공사마다 배분된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방안을 밝히고 있다. 
 (이투데이DB)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방안을 밝히고 있다. (이투데이DB)

반면,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양사의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에 불과해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반박한다. 양사 점유율은 국제 항공사의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아메리칸 항공의 댈러스 공항 슬롯 점유율은 85%에 달하며, 델타항공의 애틀랜타 공항 점유율은 79% 수준이다.

독과점으로 항공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축한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다수 항공사가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양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은 어렵다는 논리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항공운임은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받은 가격 이하로만 판매할 수 있다”라며 “대한항공은 시장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토부의 운임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협력할 것”이라 밝혔다.

주요 국가의 결합 심사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해외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합병하려면 각 나라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14개 국가에 기업 결합신고를 제출했는데, 지금까지 터키와 태국 등 5개국에서만 승인을 받았다. 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핵심 국가에서 불허 결정을 내리면 합병이 어려워질 수 있다.

통합 절차가 지연되자 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이 신속한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부실기업이 도태될 때 생기는 파장을 경쟁 당국이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앞장서서 다른 경쟁 당국을 설득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연내에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국가 대표끼리 경쟁하는 시장이다. 내부에서는 대한항공의 독점처럼 보이지만, 국제무대에서는 20위권에 불과하다”라며 “공정위와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하는데 너무 여유로운 것 같다”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에어버스 330 (사진제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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