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상승에도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3분기(7~9월) 9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 연속 적자에 올해 누적 적자는 1조1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전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936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2조3322억 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공시했다. 이는 2분기 7648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조1298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매출은 16조4622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고, 순손실은 1조259억 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45조5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실적이 악화한 것은 고유가로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늘었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력판매량은 제조업 평균가동률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하지만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판매단가가 하락(-2.2%)해 전기판매수익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한전은 올해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2분기와 3분기 전기요금은 유가 상승세를 반영해 올라야 했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 등을 이유로 요금을 동결했다.
이런 가운데 나가는 비용은 더 늘었다. 1∼3분기 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와 한전이 민간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력구입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조8965억 원, 2조8301억 원 증가했다.
이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과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연료비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이 7%에서 9%로 상향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발전설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기타 영업비용 역시 7352억 원으로 확대됐다.
한전은 "향후 연료 가격 상승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위당 전력공급 비용을 3% 이내로 억제하는 등 고강도 경영 효율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선제적 송배전망 구축,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한 탄소중립 핵심기술 확보, 해외 신재생 사업 확대 등 신규수익 창출과 이익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