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한국석유공사의 현황과 이슈

입력 2021-11-10 14:54 수정 2021-11-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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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는 경제가 운영되는데 근원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석유자원 개발사업, 비축사업, 석유 유통구조 개선 등에 관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석유의 안정적 수급을 책임지는 동시에 국가 자원 안보, 에너지 자립경제 기반과 직결된 업무로 나라의 핵심 인프라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보통 한 회사 사업의 가치창출 프로세스(Value Chain, 가치사슬)을 그려보면, 사업 활동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석유공사의 가치사슬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규 광구 탐사권 확보 후 석유 부존 가능성과 매장량을 확인하는 등 ‘탐사’와 ‘개발’을 통해 석유를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부문과 원유를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저장’ ‘비축’하고, 국제 석유시장에서 트레이딩 하는 ‘거래와 활용’, 그리고 고품질 석유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을 담당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으로 나뉜다.

▲한국석유공사의 가치창출 프로세스 (2020년 한국석유공사 사회적 가치실현 보고서, 대신경제연구소 정리)
▲한국석유공사의 가치창출 프로세스 (2020년 한국석유공사 사회적 가치실현 보고서, 대신경제연구소 정리)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석유공사가 아프다. 2020년 결산 기준, 1조9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2조4천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 수년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현재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다. 사업별 매출을 보면, Downstream의 석유 비축사업은 소폭 증가하는 데 반해, 매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Upstream부분의 석유개발사업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해외 석유개발사업 부분은 2021년 1분기 기준, 2조47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 및 1/4분기 투자 및 출자 현황). 가장 아픈 곳은 해외자원개발 부문이다. 10여 년 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더불어 대대적인 해외자원 개발을 주도하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속출하면서 깊이 곪아버린 상처였다.

▲한국석유공사의 재무상황, 단위:백만원 (한국석유공사 공시자료, 대신경제연구소 정리)
▲한국석유공사의 재무상황, 단위:백만원 (한국석유공사 공시자료, 대신경제연구소 정리)

물론 당국도 이러한 상황을 중히 여기며 방치할 수 없었다. 석유공사의 자구노력과 개선 방안은 지난 수년간 수차례 논의를 거듭해 왔다.

2016년 ‘해외자원개발 추진 체계 개편 방안 연구’에서는 4가지 안을 제시했다. ①석유 자원개발 기능 ‘민간기업 이관’ ②석유 자원개발 ‘전문회사 신설’③한국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을 ‘한국가스공사로 이관’ ④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으로, 4가지 안 모두 문제가 되는 석유자원개발 기능을 석유공사에서 ‘분리’하자는 것이 공통된 전제다. 하지만, 각각의 경우 우려와 한계는 남았다. ①자원개발이라는 사업이 수요가 없어질 사업도 아닌데, 문제가 된다고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무조건 매각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자원을 민간에 너무 헐값으로 넘기는 것일 수 있다. ②자원개발 회사를 신설하여 사업을 보다 전문화하고 책임 소재가 분명하도록 하자는 ‘분할’의 장점은 인정되지만, 자원과 입지별로 다양한 가능성 있고 우량 비우량 사업이 공존하는 사업 현실에서 세부적인 사업 개편 없이 추진하는 것은 거버넌스 구조만 바뀔 뿐, 현재의 부실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 ③④ 내가 현재 상장된 한국가스공사의 주주라면 과연 적자투성이인 석유공사의 사업 이관이나 갑작스러운 합병을 어떻게 볼까, 많이 양보해서 당장 적자 회사는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해외자원개발에 필요한 미래 자금을 어떻게 부담할까, 나아가 합병할 경우 자칫 가스공사의 가업 가치도 함께 하락하며 동반부실 되는 건 아닐까 등의 우려가 있다.

▲해외자원개발 TF 내용 개괄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대신경제연구소 정리)
▲해외자원개발 TF 내용 개괄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대신경제연구소 정리)

이로 인해, 2017년 11월 ‘해외자원개발 혁신 TF’가 출범했고 권고안이 나왔다. 이번에는 ‘적자 사업이니 떼어 내야 한다’는 단기적 처방에서 ‘전체 사업을 재구성하자’로 진일보했고, 다음의 3가지 방안으로 요약된다. ① 현 체제 유지 및 사업 구조조정, ② 해외자원개발과 공적기능 분리 및 통합, ③ Upstream과 Downstream 통합 등이다. ‘재원의 조달과 관리’를 분리하고, 적자가 발생하는 원인 사업을 직시하며 ‘사업과 관리 기능의 혁신’을 추구한 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지만, ‘상위 기능상의 재무 혁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적자사업을 턴어라운드(Turn-around) 할 때는 과거 적자 내역 뿐 아니라 미래 사업 트랜드로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같이 살펴야 하며, 적자 원인 분석 또한 최소한 ‘중분류 사업 포트폴리오’ 단위까지는 매출과 비용을 함께 분석해야 개선의 디테일이 보인다. 또한, 적자가 심화한 데에는 그만한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조직과 기능,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내어 ‘기업 거버넌스’를 함께 바꿔주어야 효과적이다.

이러한 한계를 반영한 듯 2020년 7월에 2차 ‘해외자원개발 2차 혁신 TF’가 출범했고 3가지 권고 사항을 내놓았다. 바로 ①석유공사 중심의 ‘공기업 거버넌스 개편’ ②석유공사의 ‘핵심 우량자산 분리 운영’ ③재무구조 정상화 불가 시 ‘최소한의 정부 지원’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분할을 통해 공기업 문화 혁신과 재무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 점은 과거보다 월등히 나은 방안으로 보이지만, 만약의 경우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을 계속 열어놓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한계였다. 이는 일본, 중국, 노르웨이, 이탈리아, 심지어 인도까지도 국영 석유 공기업을 부분 민영화하거나 자본시장 ‘상장’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여 ‘수익 경영’을 실현하고, 설혹 방만할 수 있는 공기업 경영을 내부 감독 외에 시장의 ‘외부 통제’라는 수단을 통해 혁신하고 있는 해외 사례들의 교훈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제 한국석유공사 개선 방향이 어느 정도 보인다. 자금관리 기능과 사업의 분리, 우량 및 비우량 사업 포트폴리오 믹스(Business Portfolio Mix) 분석, 신규 사업 기회 모색, 내/외부 통제 및 거버넌스 개편 및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과 수익성 향상이 그것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전략 수립 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 가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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