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 변화·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도 영향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대유행 기간에 약 2조7000억 달러(약 3207조6000억 원)를 저축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후 축적된 초과 저축 총액은 미국이 약 2조3000억 달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거의 4000억 유로(549조9520억 원)로 각각 추정된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돈이 소비로 빠르게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소비가 경제 성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TS 롬버드의 다리오 퍼킨스 글로벌 거시 경제 부문 매니징 디렉터는 “우리는 축적된 저축이 경제에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어떠한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록다운(도시 봉쇄)로 불어난 저축 대부분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을 오랫동안 경고해왔다.
축적된 돈이 소비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에는 코로나19 재유행과 경기 회복 속도, 고용 전망의 우려 등이 포함된다. 소비 패턴의 변화와 공급망 문제도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도이체방크의 올가 코타가 애널리스트는 봉쇄 조처가 끝나도 잃어버린 서비스 소비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저축액에 영향을 줄 만큼의 소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달 팟캐스트에서 “이발을 예로 들자면 록다운 중에 가지 못한 횟수만큼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단 한 번 이발할 뿐이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이 항구적으로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EBC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지난해 봉쇄 조치로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가 없더라고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물품 부족으로 수요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이크 레버티 재정 고문은 미니애폴리스 교외에서 그의 부유한 고객들이 새로운 차나 수영장을 사기 위해 저축한 돈을 쓰고 싶어 하지만, 상품 및 노동력 부족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고객이 부엌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 하지만, 1년 치 계약자가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막대한 돈이 모든 사회경제적 집단에 균등하게 퍼져 있지 않은 것도 저축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령자나 원래 부유한 이들 사이에서 저축이 가장 많이 늘고 있지만, 이들은 흔히 함부로 지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크 비트너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저축 대부분이 중상위 소득자나 상위 소득 가정에 축적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