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거래 자체가 끊겼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돈줄 죄기’와 최근 가팔랐던 집값 상승 피로감 등이 거래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달 중 대출 규제를 강화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시장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0월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신고 건수는 총 276건에 불과했다. 지난달 매매 거래 건수도 2348건으로, 8월(4178건)보다 43.8% 급감했는데 이달 들어선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1.9로 5주 연속 하락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도 전주보다 낮아진 94.5로 2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매매시장에서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집값 급등 피로감에 따른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진 데다 정부의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강화 방침으로 관망하는 매수자들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송파구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들어 매수세가 확 꺾인 게 체감된다”며 “매물도 많지 않지만 매입 문의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에선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급매물이 나와도 거들떠 보지 않는 분위기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67㎡형은 지난 주 최고 호가 대비 1억5000만 원 낮춘 19억5000만 원짜리 매물이 나왔으나 팔리지 않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달 중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대책의 내용에 따라 주택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더 옥죌 가능성이 커 매매시장 위축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