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쇼크’가 확산 중인 가운데 이들이 추진해온 전기차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액 연봉에 이끌려 헝다로 자리를 옮긴 국내 배터리 전문가들의 앞길도 불투명해졌다.
2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해보면 헝다의 전기차 출범과 함께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던 국내 배터리 전문가들이 최근 국내 복귀를 조심스럽게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9년 무렵부터 헝다로 자리를 옮긴 우리 연구원들 몇몇이 최근 국내 복귀를 준비 중”이라며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다국적 부품사의 한국법인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다. 헝다 사태가 확산하면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8년 헝다 그룹은 전기차 브랜드 ‘헝츠(恒馳)’를 앞세워 자동차 산업 진출을 천명했다. 당시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은 “향후 3~5년 안에 헝츠를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기업으로 키우겠다”라는 야심도 드러냈다.
이 무렵 LG화학과 삼성SDI 출신 임원들이 대거 헝다로 이동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모비스 선임연구원급 인력 역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현대모비스를 퇴사했던 이 모 전 전무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 출신의 이 전 전무는 현대모비스에서 전기차 선행개발에 관여한 바 있다.
SK 시절에는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전 전무의 헝다행을 전후해 국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실무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그러나 헝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불과 2년 만에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고 위축되기 시작했다. 2021년 초 양산차를 공개하고 시험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올 하반기부터 양산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8년을 전후해 사이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의 배터리 전문가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동했다”라며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전기차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고, 중국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