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기업협의체 'Korea H2 Business Summit'가 9일 본격 출범하면서 K수소 기업들의 협력 움직임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글로벌 수소 패권 경쟁이 본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머리를 맞대고 K수소 영토를 넓히기 위해 전력 질주할 태세를 갖췄다.
이번 협의체 출범 이전에도 기업들은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추진해왔다.
현대차와 포스코는 올해 2월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고 포스코는 수소를,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는 형태의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GS와도 블루ㆍ그린 수소 생산부터 저장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협력한다. 한국조선해양과는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를 공동으로 개발한다.
SK가스와 롯데케미칼은 울산에서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한화종합화학은 한국서부발전과 각각 손잡고 수소 생산과 수소 혼소 발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힘을 합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소 시장의 성장세가 매섭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이 12조 달러(약 1경 40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수소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늘려왔다.
일본의 경우 2017년 이미 수소 사회 비전을 공개했고, 독일은 지난해 6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한 뒤 연방정부 차원에서 수소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11월 2035년까지 수소버스 1만7000대 도입 방안을 포함한 '대중교통 전동화 전략'을 공개했다.
수소가 에너지 산업인 만큼 사업 분야가 다양하면서도 각 영역이 서로 맞물려있다는 점도 경쟁보다 협력에 무게를 둘 수 있는 배경이다.
수소 산업은 크게 수소 모빌리티, 수소 에너지, 수소 운송ㆍ저장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소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옮기고, 충전하고, 활용하는 등 경제적으로 파생되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또한, 각 분야는 '공생'의 관계다. 생산부터 활용까지 다양한 사업들이 수소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기업 한 곳이 모든 분야에 당장 뛰어들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각자 분야를 정해 투자를 집중하고 나머지 밸류체인은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체 출범으로 K수소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소 공급 분야에 집중해 힘을 합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간한 ‘연료전지 개요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료전지 기술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다음으로 높다. 특히, 보급에서는 한국이 가장 활발하다. 최근 2년 연속 수소차 판매와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다만 수소 생산, 유통 등 공급 시장에서의 입지는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수소 충전소 등 유통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올해 상반기 기준 89곳(109기)이다. 충전기 1기당 차량 대수는 144대다. 독일(9대), 일본(38대)은 물론이고 중국(56대)보다 적은 상황이다.
한 수소 업계 관계자는 "수소 생산은 그 나라의 자원 매장량과 밀접해 현실적으로 러시아 등 다른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보다 열위에 있고 인프라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활용 분야처럼 강점이 있는 영역은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나머지 분야도 선제 투자와 협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