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증권 예탁원에 집중예탁 의무, 이젠 독점구조가 경쟁 막는 상황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펀드를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건설사 등의 사모사채를 인수해 펀드를 운용했다. 이 과정에서 예탁원은 옵티머스운용이 실제 매입한 60억 원 규모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출채권으로 입력해 주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일반사무관리회사가 투자신탁의 기준가격 산정 등 업무를 위탁 및 수행하는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일반사무관리회사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예탁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체결한 위탁 계약이 사무관리회사의 수탁업무와 동일하다”며 “예탁원 역시 옵티머스 사태에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자산 평가 등 투자자 보호 책임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예탁원의 책임 논란 =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건에 대해 옵티머스자산운용투자신탁형(계약형) 펀드는 사무수탁 책임이 아닌 운용사 보조 업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내 펀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계약형 펀드는 사무관리업무를 자산운용사가 내부에서 직접할 수 있기 때문에 사무관리회사가 필수적 관계회사는 아니지만 대부분 운용사는 펀드 기준가 산정 및 펀드회계 업무를 외부 사무관리회사에 위탁하고 있다”며 “운용사가 사무관리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사무관리 수탁을 받은 회사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평가가격 확인과 기준가 계산을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함은 시장의 관행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탁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과 체결한 ‘일반사무관리업무 위탁계약서’ 제5조 ‘위탁업무의 범위’를 보면 △업무위탁자산의 평가 및 기준가격의 산정 △감독기관 및 판매회사에 대한 기준가격 및 관련 자료 통보 등 사무관리회사의 수탁업무와 동일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증권 집중예탁제에 따른 독과점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 국내외 주식 거래 결제 예탁에 따른 수수료 수익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수수료율 인하나 서비스 지원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이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외화증권 독점, 비용 낮출 기회 없애
◇예탁원, 외화증권 독점 폐해 = 이 의원은 “현행 법령상 금융투자업자는 외화증권에 대해서 위탁자산은 물론 고유재산도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한 집중예탁 의무가 있다”며 “외화증권 집중예탁제는 해외 진출 초기에는 증권사들의 거래 규모가 작아 이를 모아서 대표로 계약하므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개별 계약보다는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한 보관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대형 증권사들의 직접 진출로 현지 비즈니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예탁원의 독점적 구조는 경쟁을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없앤다”며 “각 증권사의 현지 네트워크를 이용한 신규 비즈니스 개발에 장애, 현지 정보를 즉시 직접 받지 못하는 어려움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예탁원 측은 작년 말 관련 연구용역을 외부에 위탁했고 이를 토대로 올해 9월 중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펀드넷 통한 비시장성 자산의 코드화
◇예탁원 펀드넷 통한 사모사채 등 비시장성 자산의 코드화 문제 = 이 의원은 “사모펀드는 사모사채, 부동산 등 전자등록이나 예탁되지 않는 비시장성자산에 대한 투자가 많아, 운용사의 기록인 운용자산명세와 수탁은행의 보관자산이 불일치되어도 이를 확인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6월 말 예탁원은 사모펀드의 ‘비시장성자산 표준코드 관리시스템’과 ‘잔고대사 지원시스템’으로 구성한 ‘비시장성 자산 투자지원 플랫폼’을 개발해 오픈했다.
이 의원은 “물론 비시장성 자산 분류체계 마련으로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나 글로벌 비사장성 자산이 너무나 광범위하기에 전부 표준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어쨌든 이전보다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대사업무 개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탁원의 낮은 사무수탁 수수료에 대해 “펀드 운용, 판매, 재산보관(수탁)이 각각 분리를 통해 각 참여자가 상호 견제와 감시로 이해상충과 고객자산 보호가 가능한 구조, 각 참여자의 역할에 맞는 수수료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국내 펀드시장은 판매자 위주의 시장이어서 판매수수료가 지나치게 높고, 자산수탁 및 관리에 대한 수수료가 낮은 구조”라며 “이들이 펀드 자산수탁 및 자산평가관리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관리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펀드 수수료 체계는 전체 평균 100bp로 봤을 때 판매 65bp, 운용 29bp, 수탁 4bp, 사무관리 2bp로 구성됐다. 해외의 경우 한국과 달리 투자회사형 펀드(뮤추얼 펀드)가 대부분이어서 사무관리 및 수탁은행 역할이 중요하고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탁(Custodian)과 사무관리(administrator + tranfer agent)를 합해 약 10~20bp 수준이다.
손해배상 책임 부여만으로는 부족
◇금융소비자 피해 입증책임,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짊어야 = 3월 시행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은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이 법을 위반해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으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손해를 입은 금융소비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금융상품의 복잡성 및 전문성과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판매업자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판매업자를 상대로 법 위반 사실을 입증하기가 힘들어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영역”이라며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신의성실의무,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및 설명의무 등을 위반해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는 입증책임을 금융소비자가 아닌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지도록 전환함으로써 금융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졸업한 자본시장 전문가로 현대경제연구원, 존스홉킨스 대학 방문연구원, 한국투자신탁운용 CIO, 한국카카오은행 공동대표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제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