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이든이 던진 화두, 한국 이민·난민 시대 대비해야

입력 2021-08-30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최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라온 한 기사가 한국 정치권과 사회에 막대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관리들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곳곳에 있는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 기사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의 수만 명 피난민 수송을 위해 민간 항공사를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외 미군기지 난민 수용은 기사 말미에 짧게 언급됐을 뿐이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미군기지를 난민 임시 수용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와 후속 외신 보도로 확인되면서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그러나 아프간 사태를 그저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하며 현지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안타깝게만 바라봤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난민 문제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그 가족 수백 명이 입국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분쟁 지역 외국인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인 이민과 난민에 대한 대응 문제에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는 깨달음은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을 안겨 준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번에는 ‘한국에 협력한 사람들’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다른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동맹과 함께 가겠다”고 천명한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바꿔 말하면 동맹들도 자신들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바이든은 아프간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국익이 없는 전쟁은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만일 미국이 동맹으로서 한국을 수호하는 막대한 책무를 진 만큼 난민 수용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짐을 좀 덜어달라고 요구하면 우리나라가 이를 거절할 수 있을까.

더 큰 맥락에서 이민과 난민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야 할 시점이 됐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찬반 논쟁’만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단순히 “이민·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절대 안 된다”를 넘어 현명한 대응책이 무엇인지 고심해야 한다.

아프간 사태를 떠나 앞으로 한국에 들어올 이민자와 난민이 많이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을 막기 위한 정책이 실패하면서 현실적으로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 경제 붕괴를 막는 유일한 길이 돼 가고 있다. 여기에 기후난민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홍수와 해일 등 자연재해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증가해 난민이 엄청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을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 더 많은 의무를 져야 한다고 압박할 수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처참하게 실패한 ‘저출산’ 정책처럼 ‘이민·난민’ 정책도 변죽만 두드리다가 결국 실패, 막대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 조짐이 보인다. 주한미군 난민 수용설이 촉발한 이번 논란에서도 아프간 난민 수용을 놓고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컸지만, 난민을 어떻게 피난시켜서 한국에 데려올지, 한국에 온 난민들을 어디에 수용할지, 이들을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게 할지, 영구적으로 이들을 받아들인다면 한국사회에 동화시킬 방법은 무엇인지 등 각론을 고민하거나 이를 의논할 논의의 장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민 대다수는 유럽 난민위기 당시 극도로 혼란했던 모습, 이민자와 난민이 과연 한국사회에 동화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등으로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 최근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일어난 자살폭탄 테러는 우려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불안을 해소할 방법을 고민하는 정치인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정치권은 당위론만 내세우지 말고 미리 대책을 세워 불필요한 사회 혼란과 대립, 갈등을 피할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baejh94@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떤 주담대 상품 금리가 가장 낮을까? ‘금융상품 한눈에’로 손쉽게 확인하자 [경제한줌]
  • 2025 수능 시험장 입실 전 체크리스트 [그래픽 스토리]
  • "최강야구 그 노래가 애니 OST?"…'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를 아시나요? [이슈크래커]
  • 삼성전자, 4년 5개월 만 최저가...‘5만 전자’ 위태
  • 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 철회…"신뢰 회복 위한 최선의 방안"
  • 재건축 추진만 28년째… 은마는 언제 달릴 수 있나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불허…“관련 법익 종합적 고려”
  • ‘음주 뺑소니’ 김호중 1심 징역 2년 6개월…“죄질 불량·무책임”
  • 오늘의 상승종목

  • 11.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4,898,000
    • +1.04%
    • 이더리움
    • 4,511,000
    • -2.38%
    • 비트코인 캐시
    • 585,000
    • -4.18%
    • 리플
    • 955
    • +3.13%
    • 솔라나
    • 294,900
    • -0.84%
    • 에이다
    • 763
    • -6.38%
    • 이오스
    • 767
    • -1.54%
    • 트론
    • 250
    • -1.19%
    • 스텔라루멘
    • 178
    • +5.33%
    • 비트코인에스브이
    • 77,900
    • -5.69%
    • 체인링크
    • 19,130
    • -3.82%
    • 샌드박스
    • 400
    • -4.5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