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플랫폼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관련 ‘갑질’을 막는 내용의 법안이 세계 최초로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IT 산업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애플은 이용자 신뢰도와 개발자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5일 새벽 ‘구글 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은 향후 열릴 국회 본회의만을 남겨두게 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제50조 제1항 제9호다. 해당 항목은 ‘앱 마켓 사업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앱결제는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앱 마켓 운영 기업이 만든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은 앱 안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한다면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 식이다. 애플의 경우 애초부터 앱 스토어에서 제작사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 구글은 자사 앱 마켓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쓰도록 정책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기존 게임에서 웹툰, 웹 소설, 음원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문제는 수수료였다. 구글은 수수료율을 기존 15%에서 30%로 늘렸다. 이에 웹툰, 웹 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 따르면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할 경우 관련 산업 매출은 국내에서만 약 2조3000억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업계 밖에서도 관련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구글의 정책 변경이 법안 마련의 불씨를 댕긴 셈이다.
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애초 이날 열리기로 했던 본회의가 미뤄졌지만, 여당의 법안 통과 의지가 강한 만큼 법안 처리 자체엔 속도가 붙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우리나라는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을 마련한 첫 번째 나라가 된다.
따라서 글로벌 IT 산업계는 첫 번째 사례가 될 한국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IT 공룡의 ‘갑질’을 막는 규제가 필요하단 의견이 대두하면서다. 이달 초 미국 상원의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과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은 ‘오픈 앱 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미국 내에 5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앱 마켓 사업자에 인앱결제를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지 않도록 하고, 앱 개발자에 가격 책정·판매 조건을 다른 앱 마켓과 같거나 유리하도록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규제를 통해 애플, 구글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주를 막겠단 의도다.
한편 국내 법안과 관련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플은 이날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 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의 위험에 노출하고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을 약화하며, 고객들의 구매 관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또한 앱 스토어에 장착된 고객 보호 장치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 측은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해 효력을 발휘한다면 앱 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감소할 것”이라며 “한국에 등록된 48만2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지금까지 애플과 함께 8조55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왔는데, 그들이 앞으로 더 나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줄어들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