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 서민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개인 파산이라는 막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대한구조법률공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원에서 다룬 개인파산 사건은 2만5629건이 접수됐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 지난해 5만379건을 휠씬 뛰어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개인파산은 2016년 이후 4년 만에 5만 건이 넘었다. 2019년(4만5642건)과 비교하면 10.4% 증가한 수치다. 개인 파산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방증한다.
고공행진하는 집값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에 나선 서민들이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빚투(빚내서 투자)’에까지 손대면서 가계부채의 덩치를 더 키우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개인 파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빚에 허덕이고 있던 차에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하거나 끊기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생되는 파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개인회생 특별면책이 늘어난 것이 이 같은 상황을 증명한다. 올 상반기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개인회생 특별면책 신청 건은 10건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12건에 육박하는 숫자다. 개인회생 특별면책은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빚을 갚아온 채무자가 더는 빚을 갚지 못한 상황이 돼 면책을 받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면책 대상이 되려면 변제를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입증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에 의해 근무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란 특수상황과 가계부채가 맞물리면서 서민금융의 경색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이 점을 인지해 시장 단속에 나섰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15조2000억 원으로 7월 기준 역대 가장 많이 늘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취임과 동시에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식화했다. 사용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회생, 파산 현상은 금융시장 상황보다 코로나19 시국이 1년 반 이상 지속하면서 상당히 많은 개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이 한계선을 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현상은 가계부채, 금융시장 불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