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경기 다세대 430채, 절세 위해 용도 변경
서울 강남구에 10가구짜리 다세대주택을 갖고 있는 A씨는 올해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계산하다 깜짝 놀랐다. 올해만 8000만 원이 넘는 돈을 종부세로 내야 해서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이 오르면서 예년보다 세금 부담이 훌쩍 불었다. 집을 정리하자니 양도소득세 역시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것도 부담이었다. A씨는 절세를 위해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꿀까 고민 중이다.
A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세대주택 보유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을 강화하면서 세금 부담이 무거워져서다. 일부 보유자는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꿔 절세를 노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다가구주택으로 용도변경을 허가받은 건물은 723채다. 이 중 상당수가 다세대주택에서 다가구주택으로 용도를 바꾼 경우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만 다세대주택 430채가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를 바꾼 건물만 64채에 달했다.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 간 인기 차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변경을 한 건물은 64채다. 다가구주택으로 바뀐 건물(265채)의 4분의 1 수준에 못 미친다.
흔히 '빌라'라는 이름으로 통칭하지만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 사이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여러 집이 한 건물에 모여 사는 건 같아도 건축법상 다세대주택은 공동주택,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으로 분류된다. 다세대주택은 집집이 소유권을 나눠 등기하는 게 가능하지만 다가구주택은 그럴 수 없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단위로 소유권을 구분한다.
세금을 낼 때 다세대주택 보유자와 다가구주택 보유자 사이에 희비가 갈리는 건 이런 차이 때문이다. 똑같이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다가구주택 보유자는 집 한 채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지만 다세대주택은 빌라 내 가구 수만큼 집을 가졌다고 계산된다.
현행 세제에선 2억 원짜리 다세대주택 10채 보유자는 보유세(종부세+재산세)로 1년에 약 21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20억 원짜리 다가구주택 보유자 보유세는 연(年) 1500여만 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을 강화하면서 다세대·다가구주택 소유자 간 세금 부담은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규제지역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을 기존 0.5%~3.2%에서 1.2~6.0%로 높였다. 양도소득세도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서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 중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매년 오르면서 다세대주택 보유자 세금 부담은 갈수록 불어나는 실정이다.
모든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적 요건이 다가구주택이 더 엄격해서다. 가구 수만 해도 제한이 없는 다세대주택과 달리 다가구주택은 19가구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층수도 다가구주택은 3층 이하로 다세대주택(4층 이하)보다 더 적다.
이런 규제 때문에 일부 다세대주택 소유자는 빌라 일부를 근린생활시설로 바꿔 층수·가구 수 요건을 맞추고 나머지를 다가구주택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와 갈등을 겪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는 건 대부분 세금 문제로 봐야 한다. 신축 빌라를 지을 때도 다주택자가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다세대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짓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임대사업용 다세대주택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을 다주택 투기꾼으로 몰아 일방적으로 중과세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