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찾아 상경 불가피
업계 동향의 정보를 공유하는 스터디가 취업 준비에 필수적이지만, 지방에선 찾아볼 수 없다. 가까운 광주에서도 원하는 출판사가 거의 없는 데다 편집자 구인조차 나오지 않아 차 씨는 출판사와 학원, 스터디가 몰려 있는 서울행을 결정했다.
차 씨가 꿈을 안고 서울로 온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차 씨는 서울행을 위해 450만 원을 마련했다. 상경 전 지방의 한 닭 공장에서 3개월을 꼬박 일해서 모은 자금이다.
그는 공장에서 일했던 자신이 마치 ‘번데기’ 같았다며 그날들을 회상했다. “나비가 되기 위해 존버(끝날 때까지 버틴다는 신조어)하는 번데기요.”
차 씨의 하루는 고달팠다. 집에서 일터까지 거리는 무려 한 시간 반.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오는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 6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하루 근무시간은 총 8시간. 아침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났다.
그는 손질되어 나온 닭발을 상자에 담아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일을 했다. 20㎏이 훌쩍 넘는 상자들을 쌓고, 여기저기 옮기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차 씨는 “냄새도 많이 나고, 아무래도 힘을 많이 쓰는 일이라 몸이 많이 상했다”며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그냥 버텼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련한 450만 원. 서울살이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두 달간 다닌 출판학교 학원비만 150만 원에 집세를 아끼기 위해 원룸 대신 구한 고시원도 다달이 29만 원씩 나갔다. 식비로 30만 원씩 지출했다. 결국, 힘들게 모은 돈은 금방 동나 버렸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이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대출로 마련해 주신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차 씨는 비싼 학원은 포기하고 스터디에 집중하면서 취업을 준비했다.
상경 9개월 만에 ‘번데기’ 차 씨는 마침내 ‘나비’의 꿈을 이뤘다. 그는 5월 모 출판사의 편집자가 됐다. 차 씨는 “결과적으로 지금 이렇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며 “많은 돈을 투자해서라도 서울을 택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