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임원회의에서 업무 장악력을 내보였다. 차기 금감원장은 내부 조직을 추스를만한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걸맞은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정 원장은 취임 후 첫 임원회의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했다. 금감원 임원회의는 통상 1시간 이내에 끝나는 것에 비하면 2배가량 소요된 것이다. 이날 임원회의에서는 그간 업무보고 한 내용에 대한 정 원장의 궁금증, 방향, 소신 등을 나누는 자리였다. 정 원장은 임원들에게 과거 기재부, 금융위 경험에 빗대어 실무적인 조언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정 원장은 향후 인사 일정이나 구체적인 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전반적으로 업무 장악력이 뛰어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원장이 궁금한 부문에 대해 질문하고, 이에 답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회의가 길어졌다"며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깊어 업무 장악력은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임원들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도 금융사 제재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이러한 소신을 뚜렷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석헌 전 원장의 온화한 리더십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 원장에게는 이번 정권이 끝나는 1년 남짓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신임 원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요구됐다. 짧은 시간 안에 조직을 재정비하려면 명확한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다.
정통 관료 출신인 정 원장이 선임되자 금융회사들은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에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금감원의 역할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제재 수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 원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규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오히려 시장이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잘못한 건 확실히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원장은 취임 첫날인 전날(9일)에는 국회를 돌며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 정무위원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