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트] 금융감독체계 개편 산산조각…文정부 국정과제 파기

입력 2021-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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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정책 당국과 분리보다 협업 무게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관료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멀어진 분위기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김기식 최흥식 윤석헌 등 비관료출신 금감원장을 고집했다. 이 역시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인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때부터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출범 후 두 달 만에 내놓은 100대 공약에도 금융위의 기능별 개편과 금감원 독립이 포함됐다. 금융 관리·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 금융위원회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향후 정부조직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권 말에 관료 출신 인사를 임명하면서 공약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의 정은보 신임 원장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특히 정 원장은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행시 28회 동기로, 오랫동안 금융위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점 등이 두 기관의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정 원장은 취임사에서도 전임 원장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를 알면서도 문 정부가 정통 관료 출신을 택한 건 임기 말엔 갈등보단 안정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과 이어지는 문제라 정권 초기가 아니면 동력을 얻기 힘든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정부 출범 2년 차 때부터 감독체계 개편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것이 금융당국 안팎의 평가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권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관료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특히 모피아(재정경제부 관료들을 일컫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며 “이 때문에 금융위를 통해서 개혁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시각을 가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재정부 공공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말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유보에 따른 후속 계획을 논의했으나, 신임 원장 취임 후 재논의하는 것으로 미뤘다. 공운위는 올 초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는 조건으로 해외사무소 정비 등 조직 운영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라 주문했다. 공운위원들은 회의에서 금감원이 제출한 방안이 미흡하다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관료 출신 금감원장을 임명한 건 사실상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메세지”라며 “국회에서도 지속해서 얘기가 나오는 만큼 정권이 교체된 후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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