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올해 초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한일관계 개선하겠다고 해서 태도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물밑에서 많이 노력했고 나름대로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일종의 일괄타결방식으로 한일관계 개선 추구했던 것 같은데 불미스러운 일도 있어서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10월에 일본 중의원 선거를 하니까 집권 자민당의 성적표가 나올 테니 거기에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아젠다가 사실상 경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일종의 외교 사안으로 넘어갔다”며 “조정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비용을 부담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출규제 여파가 2~3개월 단기간에 수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제 관계는 개선됐으면 좋겠지만, 기대를 안 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 연구위원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올림픽에서 귀빈 형태로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해 만나는 것으로 한미정상회담하듯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도 길어도 20분 정도 하는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사 연구위원은 “정상회담 관련 대통령 발언을 보면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만나도 곤란하다고 했다”며 “현재 일본의 분위기도 일본의 양보를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산업동맹이라는 말을 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항해 블록을 만드는 움직임인데 이 동맹에서 이탈하고 벗어나면 낙동강 오리 알이 될 수 있다”며 “한일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개선돼야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도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 정부 입장에서 부담은 느끼고 있다. 관계개선 모멘텀으로 올림픽이 무난한데 (한일정상회담 무산이) 매우 아쉽다. 국익을 위해서도 단기간에 개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일정상회담 무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국민 정서적으로 큰 문제지만 일본 수출규제가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차질을 준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승연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는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일본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한일 갈등이 고조하면 한미 관계 또한 위기에 봉착하며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기 어렵다. 남북관계를 풀어가거나 중국의 강한 압박을 넘어서기 위해서 ‘일본 카드’를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두 트랙’ 방식에 철저해야 한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은 그것대로 해결하며 이를 경제와 안보 문제에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