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40여 년 간 자리를 지켜온 평택 공장을 매각한다.
평택에 새 용지를 매입,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장기 경쟁력을 앞세워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끌어내겠다는 게 매각전략의 핵심이다.
11일 쌍용차는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친환경차로의 사업전환을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쌍용차는 현재 공장 용지를 매각한 뒤 평택 내 다른 곳에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새 부지 위에 들어설 공장은 '친환경차 전용 공장'이 될 예정이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이와 관련해 "친환경차 전용공장 건설은 쌍용차 미래를 위한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의 일환"이라며 "친환경차ㆍ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려는 방안 마련이 시급했다"라고 현 공장용지 매각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회생법원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청산가치를 982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와 달리 존속가치는 6200억 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영 측의 이런 조사 결과의 배경에는 "2027년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의 SUV 점유율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기관의(IHS 인사이트) 전망치를 근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회사를 살리기보다 오히려 청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곧바로 입장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 후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인수·합병(인수·합병) 추진이 결정돼 '인가 전 M&A'를 진행하는 쌍용차의 현 단계에서 계속 기업 가치와 청산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쌍용차가 매각을 결정한 평택공장 부지 가치는 현재 약 9000억 원이다.
1조 원에 가까운 용지 매각 대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새 공장 건설에 비슷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 공장에 들어설 용지 매입에 평택시가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서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쌍용차는 생산 공백을 막기 위해 용지 매각과 공장 건설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용지 매각은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40년 넘게 이어온 노후 설비를 교체한다는 점도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현재의 내연기관 SUV 중심의 사업구조를 유지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작다는 게 법원 조사위의 판단이다. 쌍용차는 이를 대비해 새 공장을 친환경차 전용공장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달 매각 공고를 낸 쌍용차 역시 이번 새 공장 건설을 통해 유동성 확보보다 인수ㆍ합병(M&A) 과정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들이 잇따라 전기차를 출시하며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쌍용차는 여전히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늦었지만 쌍용차는 오는 10월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유럽에 출시한다. 이후 국내 출시 시점도 검토에 나선다. 나아가 중형 SUV와 픽업까지 전기차 제품군도 확대할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지와 공장 규모 등을 확정하고, 평택시와 실무협의회도 구성해야 한다"며 "현 부지 매각대금이 평가 금액보다 높을 수 있고, 구체적인 공장 건설 비용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