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노조 폐기' 선언 1년, 삼성이 안은 과제는

입력 2021-06-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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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대 1년.'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기간과 이러한 원칙을 철폐한 뒤 흐른 시간을 비교하면 이 정도 차이가 난다. '불과 1년'이긴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 부쩍 많이 목격된다.

지난달 말, 삼성 전체 계열사 인사팀장들은 한 데 모여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에게 강연을 들었다. 느리지만 분명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노사 관계를 직접 평가하고, 회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청취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에 다수의 노조가 설립된 상황에서, 회사 측에서도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도 포함해 노동 관련 위원회를 별도로 꾸렸다. 노동 관련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물론, 관계사에 있는 노사관계 자문그룹과의 교류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표이사와 노조의 만남도 이뤄졌다. 지난달 25일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임금 협상 결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직접 노조 측에 연락해 만남을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문화를 구축하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착 상황에 빠진 협상에 진정성 있게 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1년 만에 일어난 변화들이다.

이러한 변화엔 단기적으로는 경영 환경에 부담이 돼도, 선진경영 문화가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기업이 가진 윤리적 책임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국제사회 기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는 않다. 일례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선 대표이사까지 나섰음에도 끝내 노사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이 벌어졌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크고 작은 불만 사항들이 노조를 통해 세상 밖으로 전달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회사도, 노조도 서로를 알아가고 대처하기 위한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때론 거센 갈등도, 치열한 기싸움도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건 노사 갈등의 지향점은 '공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분 파업 시작 전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관계자는 파업 지속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의에 "협상을 위한 대화 의지는 얼마든지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측도 언제나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과정이 지난하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이번 사태가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한 주춧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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