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북미 전략형 차종을 생산 목록에 추가함에 따라 앨라배마 공장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23일 현대차 미국법인(HMA)에 따르면 앨라배마 공장은 전날 싼타크루즈 양산을 개시하며 축하 행사를 열었다. 어니 김(Ernie Kim) 미국 생산법인(HMMA)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의 첫 북미용 오픈베드(적재함) 차량을 생산하게 돼 영광”이라며 “고객들이 싼타크루즈가 선보일 혁신적인 디자인과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경험하길 고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차가 4세대 준중형 SUV 투싼을 바탕으로 개발한 최초의 픽업이다. 투박한 화물차 이미지를 걷어내고 승용 감각을 지닌 도심형 픽업을 지향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90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5리터 GDI엔진, 최고출력 275마력의 4기통 2.5리터 T-GDI 엔진 두 가지로 제공된다.
8월 말께 고객 인도가 시작되면 싼타크루즈는 상품성을 바탕으로 포드 ‘매버릭’ 등 다수의 픽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픽업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던 지난해에도 미국 자동차 판매 1~3위에 모두 픽업이 이름을 올릴 정도다.
현지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싼타크루즈는 지난달 시작한 사전예약에서 애초 계획한 연간 생산량의 절반을 채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싼타크루즈의) 사전예약에서 계획한 생산량의 50%를 채웠다.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생산량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 공장은 쏘나타, 엘란트라(아반떼), 싼타페, 투싼에 이어 싼타크루즈까지 총 다섯 대의 차종을 생산하게 된다. 2005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다섯 대의 차종을 동시에 양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싼타크루즈 양산으로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실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앨라배마 공장은 올해 1분기 8만7300대를 생산하며 90% 수준의 가동률을 보였는데, 업계에서는 싼타크루즈 양산으로 2분기 가동률이 10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싼타크루즈 양산을 앞두고 4억1000만 달러(약 4600억 원)를 투입해 증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최근 현대차는 향후 5년간 미국 시장에 8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전기차도 현지 생산할 계획을 밝혔는데,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향후 앨라배마 공장이 현대차그룹에서 차지하는 존재감과 중요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간 미국을 찾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