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반도체 대란 속에서도 내수 시장에서 할인 조건을 축소하는 한편, 북미에서도 판매 인센티브를 줄이는 등 이익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7일 외신과 자동차 업계 취재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매 인센티브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9% 감소했다. 4월과 비교해도 평균 5% 수준 줄었다.
판매 인센티브는 신차 1대 판매에 따라 판매회사에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판매가 원활하면 인센티브를 줄이고, 판매 부진이 지속하면 인센티브 확대해 맞대응하는 게 정석이다.
지난달 북미에서는 판매 부진에 빠진 일본 닛산이 인센티브를 무려 15%나 확대했다.
반면 빠르게 회복 중인 일본 토요타(-4%)와 혼다(-10%), 폭스바겐(-10%)은 오히려 인센티브를 줄였다. 그래도 판매가 잘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 역시 전달 대비 인센티브를 7%나 줄였다. 업계 평균치(약 5%)를 웃도는 감소 폭인데, 판매 성과급을 줄여도 판매가 원활한 덕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월간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5월 한 달 동안 두 브랜드가 현지에서 총 17만315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작년보다 56% 증가한 9만17대, 기아 판매도 75%나 늘어난 8만298대에 달했다.
내수 역시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할인 폭을 축소하는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서도 내수 차 시장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무렵 현대차와 기아 역시 본격적인 ‘신차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며 내수 판매를 확대했다.
이른바 ‘제품 믹스’, 즉 고급차와 SUV 등 차종 다양화를 통해 1대당 판매 단가 역시 지속 상승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힘을 보탰다.
북미에서 판매 인센티브를 줄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국내에서도 매달 바뀌는 ‘할인 폭’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재고가 모자란 만큼, 애써 할인 폭까지 확대해 무리하게 판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최대 100만 원 할인 조건을 내세웠던 기아 스팅어와 K9은 올해 4월 별다른 할인 없이 ‘와인 프로모션’만 내세웠다.
현대차는 할인 대상 자체를 줄였다. 지난해 6월 세단 5개 차종에 대해 저금리 및 대대적인 할인 조건을 내걸었던 반면, 올해 6월에는 대상을 3개 차종으로 줄였다. 그나마 아직 팔리 않은 2020년형 모델의 재고를 위한 할인 판매였다.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 대기수요가 꾸준하다. 기업으로서는 과도한 할인 조건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문제는 글로벌 기업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어려움이며 현대차는 비교적 양호한 업체에 해당한다”라며 “오히려 경쟁사 생산 차질에 따른 인센티브 축소 등의 경쟁완화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정해진 자동차 판매 가격을 고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라며 “매달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넘는 할인 조건을 변경하면서 재고를 조절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