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대출 탕감까지
유럽 국가들 부채, 2011년 이후 최고치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기계 제조사 러셀인더스트리는 1년 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공급망이 붕괴됐고 고객사의 경영 사정까지 악화돼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저리에 36만 달러를 융통했다. 급한 불을 껐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 상황은 여전히 안 좋고 대금 지급도 지연되기 일쑤다.
현재 러셀과 같은 처지에 놓인 기업들이 수만 개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가 대출 보증을 해 준 기업만 76만5000개에 달하며 그 규모만도 1660억 달러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 파산과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이들에 대해 대출 상환을 1년 연장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루노 르 마이어는 “지원을 갑자기 중단해 도미노 파산을 촉발하고 싶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국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기업들의 채무 이행을 12월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 스페인은 정부 보증 대출을 아예 탕감해줬다.
유럽 정부들의 이 같은 조치로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1년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 은행 감독위원회 의장인 안드레아 엔리아는 “유로존 은행의 40%가 상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 막막하다는 데 있다. 런던스쿨오브이코노믹스의 금융학 교수 마틴 욈케는 “조치를 급격하게 시행하면 기업들이 한계에 몰릴 수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원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문제만 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낮은 파산율은 쓰나미 전 후퇴하는 바다와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