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전조”...유럽 기업 ‘모라토리엄’ 증가에 국가부채 최고치

입력 2021-06-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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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이탈리아 기업 대출 상환 연장
스페인은 대출 탕감까지
유럽 국가들 부채, 2011년 이후 최고치

▲유럽중앙은행(ECB)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1년 전 유럽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입은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대출 보증과 보조금 지급을 대폭 늘렸다. 대출 상환일이 다가왔지만 기업들의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어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다. 각국 정부는 대출 상환 만기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데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의 기계 제조사 러셀인더스트리는 1년 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공급망이 붕괴됐고 고객사의 경영 사정까지 악화돼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저리에 36만 달러를 융통했다. 급한 불을 껐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 상황은 여전히 안 좋고 대금 지급도 지연되기 일쑤다.

현재 러셀과 같은 처지에 놓인 기업들이 수만 개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가 대출 보증을 해 준 기업만 76만5000개에 달하며 그 규모만도 1660억 달러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기업 파산과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이들에 대해 대출 상환을 1년 연장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루노 르 마이어는 “지원을 갑자기 중단해 도미노 파산을 촉발하고 싶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국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기업들의 채무 이행을 12월까지로 6개월 연장했다. 스페인은 정부 보증 대출을 아예 탕감해줬다.

유럽 정부들의 이 같은 조치로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1년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다.

유럽중앙은행(ECB) 은행 감독위원회 의장인 안드레아 엔리아는 “유로존 은행의 40%가 상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추이. 출처 WSJ
▲유럽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추이. 출처 WSJ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실업률과 기업 파산은 감소했지만 국가 경제와 기업들의 경영 회복 지연으로 또 다른 시한폭탄이 돌아가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를 통제하면 침체했던 경제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로 1조8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보증 대출과 보조금을 풀었다. 독일은 현금이 고갈된 기업이 파산을 신청하도록 하는 규정도 중단했다.

문제는 출구전략이 막막하다는 데 있다. 런던스쿨오브이코노믹스의 금융학 교수 마틴 욈케는 “조치를 급격하게 시행하면 기업들이 한계에 몰릴 수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원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문제만 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낮은 파산율은 쓰나미 전 후퇴하는 바다와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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