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고(故) 정몽헌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부당 지원 등으로 하이닉스반도체에 끼친 손해에 대해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김수천 부장판사)는 지난 9일 하이닉스가 현 회장 등 8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현 회장 등은 하이닉스에 57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 정 회장은 1992∼2001년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산업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현 회장은 그의 유일한 상속인이며 나머지 피고 7명은 비슷한 시기에 회사 이사 및 상무 등으로 근무했다.
재판부는 "정 회장 등이 29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하면서 회사의 공적 경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고도 정상적으로 지출된 것처럼 허위 회계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으므로 현 회장 등은 각자 관련된 액수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계열사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재무상태가 부실해졌다면 지원을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등 손해가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야 할 임무가 있는데 이를 알면서도 재산보전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조성된 비자금이 접대비나 직원 격려금, 연구개발 장려금 등 회사 공식자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곳에 쓰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비자금 조성 행위 자체를 배임으로 볼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 "계열사 지원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세심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고 경영자간 인적관계가 지원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경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06년 9월 하이닉스는 정 회장 등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한라건설 등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현 회장을 비롯한 전ㆍ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820억원가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