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2년 내 상장 안 되면 FI 지분 매입해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 BC카드가 4000억 원이 넘는 추가 출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의 재무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1조2000억 원 규모의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신규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BC카드가 체결한 풋백옵션이 회사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이사회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BC카드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를 전제로 추가 출자와 옵션 계약 체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케이뱅크 증자를 둘러싸고 대규모 출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주주를 확보하는 과정 또한 부담으로 작용되며 BC카드의 케이뱅크에 대한 통 큰 베팅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BC카드에 따르면 2일 ‘케이뱅크 유상증자 참여’ 안건을 다루고자 열린 이사회에서 이번 증자와 옵션 계약에 따라 BC카드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에 참석한 A 이사는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자본 확충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주주 간 계약의 일부 내용이 BC카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리스크관리위원들의 우려를 고려해 성공적인 IPO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B 이사 역시 “유상증자 시 신규 주주들을 위해 콜옵션, 풋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나, 주주 간 계약상 최대주주인 BC카드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절차적인 검토와 의사결정의 객관성 검증 자료의 축적이 필요하다”면서 “사전에 법률 검토 의뢰를 요청했고 회신된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업무 추진 시 참고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이사회 의장인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는 “케이뱅크의 손익에 관심을 가지고 이사들이 우려하는 사항에 대한 정기적, 사안별 관리와 더불어 외부 법무법인 등과의 협업으로 적법한 절차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과 자료 축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하며 케이뱅크의 추가 출자와 신규 투자자 대상 옵션 계약 안건에 대한 이사회의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사들의 우려에도 추가 출자를 시행하는 BC카드는 케이뱅크의 1조2499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 4249억5687만 원을 추가 출자했다. 동시에 BC카드는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신규 주주들과 풋백옵션 계약을 4일 체결했다. BC카드는 신규 투자자들이 보유한 케이뱅크 주식(1억1153만8464주)에 대해 콜옵션을 가지고 있고, 투자자는 양수 주식과 BC카드가 새로 확보한 주식에 대한 동반매각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또, Khan SS.L.P 내지 제이에스프라이빗에쿼티와 신한대체투자운용 주식회사가 보유한 케이뱅크 주식에 대해선 풋옵션을 체결했다.
케이뱅크의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의 동반매각청구권 행사가 가능하고,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 풋옵션도 실행될 수 있다. 콜옵션과 동반매각청구권, 풋옵션 행사 시 비씨카드는 수천억 원의 추가 자금을 또 다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조항을 해석하면 오는 2023년까지 케이뱅크 IPO가 무산될 경우 BC카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매입해야 해 IPO와 관련한 불확실성과 부담을 안고 있는 구조다. 또 계약상 중대한 위반을 할 경우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도 가능하다. 이미 6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케이뱅크로 투입된 BC카드로선 수천억 원의 자금을 또 다시 투자하게 된다면 재무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19 상황에서 본업의 실적 고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자금 투입은 더욱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BC카드로선 2023년까지 별다른 잡음 없이 케이뱅크 IPO를 성공시켜야만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투자 및 계약은 케이뱅크 육성에 대한 BC카드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케이뱅크의 IPO와 실적 향상에 BC카드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