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화재 이후 위축된 에너지저장장치(ESS)시장에서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최근 ‘ESS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까지 전략계획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ESS 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지능형 ESS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ESS 관리체계의 경우 용도, 설치환경, 용량 등 ESS 정보를 수집, 분석해 체계적 관리를 제공한다. 또한, 현재 분산돼있는 정보를 통합, 실무자가 쉽게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지능형 ESS 통합관리시스템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패턴과 환경조건을 분석, 맞춤형 안전관리방안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앞선 화재들 이후 사전에 화재 발생 요인을 예측ㆍ분석해 효과적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관리 기술의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며 “ESS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SS란 말 그대로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장치를 말한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특정 상황에서만 전력을 생성할 수 있다.
수시로 신재생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이를 따로 저장해둘 장치가 필요하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필수 장치가 ESS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잇따른 화재 사고로 ESS의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 ESS에서 불이 난 이후 지금까지 30건 가까이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정부는 화재 예방 조치로 가동률을 90%로 제한했다. ESS 업체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가동률을 80%로 하향하도록 추가 권고해왔다.
이에 따른 손실을 ESS 업체들이 보전해주면서 사업의 수익성은 악화했고, 화재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져 ESS 사업은 정체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ESS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화재 발생 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해왔다"며 "화재 이후로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올해 29.5GWh(기가와트시)에 달할 전망이다. 2019년 11.1GWh, 2020년 19.9GWh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에 비해 국내 ESS 설치 사업장은 2018년 975곳에서 2019년 479곳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589개로 올랐지만, 올해 1분기에는 46개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도 사업 정상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9월까지 ESS 배터리 전용 생산라인에서 만든 배터리를 자발적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회사는 중국에서 초기 생산된 ESS 전용 전극에서 일부 공정 문제로 인한 잠재적인 위험요인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고, 고객과 협의를 거쳐 교체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기로 했다. 동시에 ESS 가동률도 높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현재 80% 수준인 가동률 권고치를 상향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안에 ESS 가동률을 90%로 상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이후 낮은 가동률 권고치로 대응해왔지만, 수익성이 낮아지는 만큼 사업 확대에 크게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며 "안전 관리를 강화해 신뢰도를 높여야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