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뒤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 씨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손 씨 사망 원인과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 씨 행적에 대한 수십 가지 루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결국 지난 27일 사건과 첫 공개 브리핑을 열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현재까지 수사 진행 상황을 담은 자료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이례적 조처를 했다.
손 씨 유족은 지난 26일 A4 용지 13장 분량으로 첫 입장문을 내고 “A 씨와 A 씨 가족이 정민이의 입수 경위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면서 “A 씨에 대한 경찰의 조사 시작이 늦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첫 조사가 (실종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0시께 이뤄졌고, 실종 당일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몸의 상처, 다툰 흔적 등은 조사된 바 없다. 또 중요한 증거품인 신발·티셔츠는 실종 다음 날 버렸다며 경찰에 제출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손 씨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A 씨를 범죄 피의자로 간주하는 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실종사건의 주요 참고인인 A 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A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였던 적이 없다”면서 기동대와 한강경찰대 등 약 500명을 동원했고 드론·수색견까지 투입해 실종 단계부터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손 씨 유족은 “A 씨는 실종 단계에서 다른 친구들처럼 정민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한강공원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A 씨의 가족들도 정민이를 찾기 위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침묵하다가 사건 3주 만에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한 뒤 뒤늦게 입장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가 손 씨 실종 당시부터 수사에 비협조적인 부분이 없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참고인 조사에 모두 응했고 출석을 연기하지도 않았으며, A 씨 가족 역시 참고인 조사에 전부 응했고, 가택·차량 수색, 전자기기 디지털포렌식 등에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A 씨가 한밤중에 손 씨를 불러내 술을 마실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2년 전 중앙대 의대 동기로 만난 두 사람은 평소 함께 다니며 술을 마시거나 국내·외 여행을 같이 가는 사이였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손 씨가 숨지기 전 물에 들어가게 된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유족 측은 “(정민이가) 물을 무서워해 취한 상태에서도 스스로 한강에 들어갔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25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손 씨 양말 흙’ 성분을 감정한 결과 강바닥에서 10m 지점의 토양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A 씨가 당시 입고 있던 점퍼와 반바지, 양말, 가방을 임의 제출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혈흔이나 DNA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손 씨 부친인 손현 씨는 경찰이 27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데 따라 이번 주말 추가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고(故) 손정민 씨 사건을 예고했다. 29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하는 ‘그알’에서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사건 당시를 재구성하고 고인과 술자리에 동석했던 친구 측을 만나 입장을 듣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해본 실험의 결과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