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트럭 제조사에 파워트레인 공급 가닥
대형 엔진 점유율 1위 커민스와 공동개발 MOU
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 친환경차 전략을 투 트랙으로 추진한다.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필수인 순수 전기차는 현지에서 완성차로 생산하지만 수소전기트럭은 동력장치(파워트레인)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 현지 트럭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가닥을 잡았다.
25일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고위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 주요 국가별 전기차 판매는 구매 보조금이 성패를 좌우한다. 그만큼 현지 생산이 필수"라고 말하고 "이와 달리 수소전기트럭은 현지 트럭 제조사에 연료전지 시스템만 공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문재인 대통령 방미에 맞춰 미국 현지에 8조4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작년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 발표 내용 가운데 북미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대규모 미국 투자의 핵심은 친환경차를 포함한 미래 전략이다.
먼저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미국에서 순수 전기차를 직접 생산한다. 미국 행정부가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인 만큼, 현지 판매용 전기차의 현지 생산은 필수다.
대형 트럭을 겨냥한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는 현지 생산 대신, 현지 업체에 파워트레인을 공급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먼저 대형 트럭은 전기차보다 수소전기차가 훨씬 유리하다. 덩치 큰 트럭을 순수 전기차로 만들기에 부담이 크다.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그만큼 차 무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전기 시스템은 대형 트럭에 유리하다. 기본적인 연료전지 시스템을 갖추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수소탱크만 추가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충전 시간도 짧아서 효율적이다.
주행구간이 일정하고 이른바 '트럭 스톱'으로 불리는 대형 트럭 전용휴게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수소 충전소 구축도 유리하다.
현대차는 이런 특징을 지닌 미국 수소전기트럭 시장에 파워트레인만 공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대형 트럭 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미국 내 물류의 약 75%는 대형 트럭이 담당한다. 약 400만 대의 트럭이 미국과 캐나다를 쉼 없이 오가며 ‘대륙 횡단’에 나서고 있다. 주행거리가 긴 만큼 대형 트럭은 교체 수요도 많다. 한 해 120만 대 이상이다.
이런 미국 대형 트럭 시장은 △인터내셔널 △플라이트 라이너 △캔워스 등 우리에게 생경한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유럽 대형 트럭시장에서 노하우를 다져온 볼보가 최근 미국에 진출, 대형 트럭 빅5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볼보를 제외하면 이들 대형 트럭 제조사는 자체 개발한 엔진이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엔진을 골라 장착해 준다. 예컨대 같은 인터내셔널 트럭이라도 엔진룸을 열어보면 엔진은 제각각이다.
이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기록 중인 회사가 커민스(Commins)다. 대형 상용차는 물론 선박과 발전기 엔진으로 이름난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에도 법인이 있다.
2018년 기준, 커민스는 미국 버스 엔진 점유율 1위(95%), 대형 트럭용 엔진 시장 점유율 1위(38%)다.
100년 넘게 엔진 개발과 생산을 거듭해온 만큼 대형 엔진 분야에서 경지에 올라있다. 그러나 커민스는 엔진만 공급할 뿐 완성차(대형 트럭)는 생산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9월 이 '커민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수소전기 트럭을 완성차로 판매하는 게 아닌, 점유율 40%를 거머쥔 커민스와 협력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타 완성차, 선박, 철도, 지게차 등 운송분야, 전력 생산 및 저장 등 발전분야에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신사업과도 일맥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장 진입 초기에 연료전지 시스템 보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면서도 "콘셉트카가 공개된 만큼, 완성차 진출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2021년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FCEV를 출시했다. 연말까지 스위스에 140대를 수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