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가 한 달 뒤 끝남에 따라 7월부터 자동차 구매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출고 대기가 길어진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개소세를 30% 인하하는 조치가 6월 말로 끝난다. 개소세 인하 기간이 끝나면 현재 자동차 가격의 3.5%가 부과되는 세금이 원래대로 5%까지 높아진다. 이는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침체가 우려되자 자동차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같은 해 6월까지 개소세를 70% 인하해 신차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세금만 부과했다. 완성차 값이 최대 143만 원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자 정부는 개소세 인하를 지난해 말까지 6개월 더 이어갔다. 그 대신 인하 폭을 30%로 축소하고 할인 한도를 100만 원으로 설정했다. 이후에도 업계의 요구가 계속되자 정부는 인하 기간을 올해 6월 말까지로 재차 연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내수 진작 효과가 입증된 개소세 인하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는 개소세 70% 인하 이후 전년 대비 15.9% 증가했고, 금액으로는 약 2조6178억 원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아직 지속하고 있는 만큼, 개소세 인하로 내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4월 들어 다시 전년 대비 6.6% 감소하는 등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완성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도 개소세 인하 연장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 언급된다.
개소세 인하 혜택은 계약일이 아닌 출고일을 기준으로 주어진다. 이 때문에 기간 내에 차를 구매해도 완성차가 제작돼 소비자에게 건네지는 시점이 늦어지면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부족 여파로 주요 인기 차종은 계약 후 출고까지 최소 두 달 이상이 걸린다. 현대차 아반떼는 출고까지 2~3개월, 팰리세이드는 3~4개월이 소요된다. 지금 차를 계약해도 출고 시점에는 개소세 인하 기간이 끝났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참에 개소세 인하를 넘어 제도의 개선과 폐지까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애초에 자동차 개소세는 사치품에 한해 세금을 거두기 위한 취지로 1977년 제정됐는데, 자동차가 필수품이 된 오늘날 이를 적용하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논리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국민 2명 중 1명은 차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개소세 인하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는지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소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KAMA 관계자는 “일단은 개소세 인하를 연장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개소세의 개선과 폐지까지 이뤄져야 한다. 친환경차 비중이 대폭 확대될 2025년까지는 개소세 인하를 지속하고 이후에는 과세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