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피해자 2번 울리는 어떤 죽음

입력 2021-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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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빈 금융부 기자

“진짜 나 때문에 죽은 건가.”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을 고발했던 한 피해자는 그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해자의 사망은 끝까지 이기적이다. 본인의 잘못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판을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데, 피해자의 폭로로 인한 사고처럼 포장돼 마지막 순간까지 피해자를 괴롭히고 간다.

금융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9년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갑질 논란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문제가 된 그의 발언은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 각오하고 오라”,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는다” 등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면 금투협 노조 측에 큰 잘못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조민기도, 권 회장 사례에서 보듯 사망 후 책임의 화살을 남에게 돌리는 이상한 현상은 반복된다.

지난달 22일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윽박 경영을 비판했다. 노조는 “(박 회장은) 업무보고를 하는 부서장을 복도가 울릴 정도로 윽박지른다”며 “최근 녹취방지 장비를 구입해 회장실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조는 박 회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조민기, 권용원 사건을 고려한 태도로 풀이된다. 당하는 사람은 그의 반성과 태도 개선을 바라지, 그의 끝을 바라진 않는 이유에서다.

극단적 선택은 제2, 제3의 피해자 등장을 막는다. 목숨을 무기로 한 탓에 피해자가 스스로를 검열해 입을 닫는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합당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죽음은 답이 아니다. 살아 있어야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아볼 수도 있다. 피해자에게 마음의 짐을 떠넘기는 죽음은 진정한 반성도 사과도 될 수 없다. 안타까운 선택이지만 책임 회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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