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날’ 개최…'삼중고'에 잔칫날에도 웃지 못한 車 업계

입력 2021-05-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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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ㆍ노사 교섭ㆍ양극화 변수 지속…"노사 협력 관행 만들고 정부도 제도 개선 해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 산업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유공자를 축하하는 ‘자동차의 날’을 맞았지만,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노사 갈등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외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1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그랜저볼룸에서 ‘제1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을 공동 개최했다. 자동차의 날은 완성차 누적 수출이 1000만대를 넘어선 1999년 5월 12일을 기념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됐다.

▲12일 제1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KAMA)
▲12일 제1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KAMA)

성과를 공유하는 잔칫날임에도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와 노사 교섭, 양극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근심이 깊다.

올해 초부터 지속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은 2분기에 접어들며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 19~20일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춰 세웠고, 7~14일에는 아이오닉5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도 휴업했다. 이달에도 6~7일 포터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도 부품 수급 문제로 올해 들어서만 1만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에 양사는 일부 사양을 덜어내 차량 출고를 앞당기거나 가격을 낮춰주는 고육책까지 펴고 있다.

반도체 부족 여파는 부품사로도 번졌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1~3차 협력사 78곳 중 84.6%(66개사)가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생산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 측은 “자동차 수요의 빠른 회복에 따라 반도체가 조기에 소진되고 있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급의 어려움은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하는 양상”이라며 “이후의 생산 상황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5월에도 4월과 비슷한 수준이나 그 이상의 생산 조정 가능성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머지않아 예정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도 중요한 변수다. 금속노조 산하 3사(현대차ㆍ기아ㆍ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을 공동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대의원 대회를 거쳐 요구안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회사가 큰 영업이익을 거둔 만큼, 조합원에 정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지엠 노조도 흑자 전환을 이루진 못했지만, 성공적인 트레일블레이저 수출과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3사 노조는 ‘정년 65세 연장’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올해 교섭에서 노사의 줄다리기가 극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교섭도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 노사는 파업과 직장폐쇄를 주고받으며 최근까지도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해 기본급 동결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노조는 사 측이 진전된 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전면파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계 3사는 올해 내내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판매량을 지속했다.  (이투데이DB)
▲외국계 3사는 올해 내내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판매량을 지속했다. (이투데이DB)

현대차ㆍ기아와 외국계 3사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국계 3사의 1분기 내수 판매량은 4만3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550대)보다 2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전년 대비 16.6%, 기아는 11.4% 판매가 늘었다.

외국계 3사는 올해 내내 수입차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판매량을 지속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난달 판매량은 8430대로 △한국지엠(5470대) △르노삼성(5466대) △쌍용차(3318대)보다 많았다. 일각에선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차, 기아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만기 자동차연합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외자계 3사는 생산과 판매가 계속 줄며 심각한 적자를 보인다”라며 “경영층, 근로자, 협력업체가 한 팀이라는 인식하에 적극적인 협력 관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차량용 반도체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 노력, 유동성 애로 해소 대책, 탄력근무 시간제 확대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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