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은 건 다름아닌 부동산 문제였다. 4년간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자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남은 1년간 실수요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앞으로 대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 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돼야 하는데 이를 이루지 못해 부동산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비리까지 겹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4.7 보궐선거의 패인을 대통령이 언급하며 부동산 문제가 아픈 손가락임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부동산 정책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무주택자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은 더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책적 지원' 언급은 여권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대출 규제 완화와 재산세 감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선 LTV 4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가 적용된다.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의 경우 10%포인트씩 올리고, 여기에 10%포인트를 더 올려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재산세 감면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범위를 기존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공시가격 6억~9억 원 구간의 공동주택이 59만2000가구에 달하는 만큼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높일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보궐선거 참패 이후 종부세 과세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 9억 원에서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정책 후퇴'와 '부자 감세' 논란의 벽에 부딪힌 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여권에서 기준선 상향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때 종부세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논의하더라도 후순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종부세 논의는 기준선 상향보다 공제 확대와 과세이연제(소득이나 자산 이전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제도) 도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