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소 경제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밸류체인의 바탕인 '액화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민ㆍ관 차원에서 관련 영토를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수소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최근 수소액화기술 단계별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발주했다.
공사 관계자는 "수소 액화기술 관련 국내 기술 수준을 파악해 소재ㆍ부품ㆍ장비 제작 기술의 자립을 위한 단계적 국산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소액화 사업의 경제성을 검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수소 액화플랜트 및 액체수소 이용 기술, 설비, 비용 및 국내ㆍ외 현황 조사 △수소 액화플랜트 국산화 관련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개발 가능 업체 조사 및 기술 수준 분석 △수소액화 단계적 국산화 로드맵 수립 △액화천연가스(LNG) 냉열 이용 설비 통합 방안△ 수소액화 경제성 분석 및 경제성 제고 방안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액화 수소란 기체 상태인 수소를 초저온 상태로 액화한 것을 말한다. 기체 수소와 비교하면 부피가 800분의 1이다. 대용량으로 저장ㆍ수송이 가능해 수소 경제 확산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런 잠재력을 고려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액화 수소의 생산ㆍ저장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수소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글로비스 종합물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수소 시장 규모는 1521억 달러(약 171조 원)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50년께 2조5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같은 시점에 12조 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를 통한 전기 발전이 화력 발전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2018년과 비교하면 92배 불어난 규모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업체들도 잇따라 액화수소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SK그룹의 투자 지주회사 SK㈜는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하고 국내 액화수소 생산설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 SK E&S와 함께 미국의 수소 전문기업 플러그파워에 총 1조6000억 원을 투자했고, 미국 수소 기업 모노리스에도 지분 투자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현 SK㈜ 사장은 최근 “SK의 친환경 포트폴리오 중심 사업 전환 가운데 수소 사업 밸류체인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효성중공업도 글로벌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 그룹과 액화수소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JV)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린데하이드로젠은 2023년 초까지 효성그룹의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여기서 생산하는 액화수소는 매년 10만 대의 수소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13만 톤의 배기가스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두산중공업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경남 창원에 블루 수소를 만드는 수소액화플랜트를 짓고 있다.
블루 수소란 수소를 추출할 때 배출되는 탄소량을 최소화한 공정으로 만든 수소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이산화탄소를 포집ㆍ활용ㆍ저장하는 기술(CCUS)을 적용했다.
액화 수소뿐만 아니라 수소 사업의 밸류체인 각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은 서둘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재계 10대 그룹 중 수소 연관 사업에 발을 들인 곳은 현대차ㆍSKㆍ롯데ㆍ포스코ㆍ한화ㆍGSㆍ현대중공업 등 8곳에 달한다.
이들은 서로 '합종연횡'하며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